배우 서인국이 결국 홈런을 쳤다. 최약체라는 오명에 꼴찌로 시작했던 ‘쇼핑왕 루이’가 결국 동시간대 공동 1위에 오른 것. 이로써 서인국은 케이블을 넘어 지상파 채널에서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명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극본 오지영, 연출 이상엽)는 기억을 잃고 ‘꽃거지’가 된 재벌 3세 루이(서인국 분)가 강원도에서 갓 상경한 산골처녀 고복실(남지현 분)을 만나 세상의 모든 감정과 평범한 일들을 경험해나간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스토리상 기억을 잃은 재벌 3세라는 점은 시청자들이 과거의 작품을 통해 이미 익숙한 설정. 이에 배우들의 케미스트리(조합)와 연기력이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됐다. 자연히 타이틀 롤인 서인국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 자극적이지 않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었고, 소위 ‘병맛’과 동화 같은 드라마의 뚜렷한 색깔은 폭넓은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못할 장애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시청률 1위까지 끌어올린 요인에는 서인국이라는 배우의 힘이 절대 적지 않다. 이는 지난 26일 방송된 10회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 10회에서는 루이가 자신 대신 복실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동생 고복남이 죽었다는 기억을 되찾았다. 복실과 서로 사랑하지만 함께 하면 복실은 복남 생각이 나 힘들고, 루이는 복실에게 미안해서 힘들 터. 막대한 유산의 상속자가 됐지만, 모든 것을 잃은 듯 눈물을 흘렸다. 시청자들도 안방에서 안쓰러움을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도 ‘쇼핑왕 루이’가, 또 루이 캐릭터가 특별한 것은 눈물과 동시에 자신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기억을 찾기 전 복실을 찾아온 루이의 강아지 같은 매력이 작품에 웃음기 넘치는 양념을 톡톡히 쳤다.
서인국은 차중원(윤상현 분)과 복실의 다정한 모습에 질투하는 루이를 누구보다도 ‘루이’답게 그려냈다. 중원의 뺨을 때려놓곤 “괜찮아요?”, “왜 때려?”, “미안해요. 화가 너무 나가지고”, “미안하면 때리질 말든가 때렸으면 사과를 하질 말든가”로 탁구공처럼 이어지는 대화는 슬픈 운명 속에서도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또한 복실의 집에 입성하고서도 천장에 거미 한 마리 때문에 중원의 옆에서 울상 짓는 모습은 루이 본연의 캐릭터를 잃지 않은 부분. 이 같이 동화 같이 아기자기한 ‘쇼핑왕 루이’의 매력과 대형견 같은 루이의 매력을 잃지 않고 쭉 이어가고 있다.
서인국은 드라마 속 흔한 설정도 본적 없는 ‘루이’라는 캐릭터로 만들면서 그렇게 수목극의 왕좌에 올랐다. / besodam@osen.co.kr
[사진] '쇼핑왕 루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