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몫을 다 하고 떠난 거죠.”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신드롬의 또 다른 주역 진영이 극중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고 장렬하게 죽음을 맡은 윤성의 심경을 대변했다. 기생집을 전전하며 풍류를 즐기는 ‘꽃선비’인 줄로만 알았던 윤성의 반전 죽음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눈물짓게 만들었던 바.
이에 OSEN은 오늘(27일) WM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윤성 역을 연기한 진영과 직접 만나 그 죽음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죽음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먼저 극중 윤성은 조선 최고 권력가 김헌의 하나뿐인 외손자이자 세자 이영의 어릴 적 벗으로 풍류에만 관심 있는 듯 보이지만 내면에는 그 누구보다 차갑고 냉철한 면모를 감추고 있는 복잡한 인물이다. 이에 윤성을 연기하는 진영을 비롯해 김성윤 PD와 김민정 작가 역시 윤성 역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피디님이나 작가님들도 윤성 역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윤성이가 계속 느낌도 바뀌고 해서 감독님이 가장 어려운 캐릭터라고 하시더라고요. 선과 악이 공존하고 내면의 아픔이 있으면서 악할 때는 악해야 하니까요. 사실 윤성이가 쓰는 단어 중에 느끼한 것도 되게 많은데 담백하게 처리해야 하니까 고민이 많았어요.”
이처럼 입체적인 윤성의 캐릭터와 이를 연기하는 진영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윤성은 이영(박보검 분)과 라온(김유정 분) 못지않은 인기 캐릭터로 등극했고, 마침내 마지막회 죽음을 통해 윤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이 폭발했다. 사랑하는 여인 라온을 지키기 위한 죽음이 그가 가진 순애보를 가장 잘 나타냈기 때문.
“저는 솔직히 죽기를 바랐거든요. 뭔가 윤성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 상태에서 윤성이 죽지 않고 어딘가를 떠나는 결말이라면 그 아픔을 가지고 가야 하니까 힘들게 살아가야 하잖아요. 아마 극중에서는 죽는 게 더 편하지 않았을까요? 죽는 게 편하다고 하니까 말이 이상한데,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고 할아버지 한테도 할 말은 다했고 윤성이 할 일은 다 했고 원하는 그림을 그렸으니까 거기서 끝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하지만 윤성의 죽음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원작에서는 윤성이 죽지 않는 것으로 그려지는 것을 예로 들어,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윤성이 죽지 않고 모두가 해피엔딩을 맞을 수도 있지 않았냐는 것.
“‘구르미 그린 달빛’이 생방송 촬영이었기 때문에 본 방송 며칠 전에 알았어요. 근데 한 달 전부터 암시를 하고 있긴 했어요. 저도 왠지 죽을 거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어쨌든 저한테 어떤 상황 때문에 갑자기 라온이랑 윤성이가 썸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윤성이랑 이뤄지는 것도 캐릭터도 매력이 살지 않을 것 같고. 저는 제가 할 일만 다하고 빠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윤성이가 죽거나 떠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러한 윤성의 죽음이 기대 이상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데에는 이를 연기한 진영의 활약이 컸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완벽하게 뗀 채 '윤성 그 자체'가 되어 애틋하면서도 슬픈 감정을 고스란히 안방극장에 전달한 덕분.
“죽는 연기가 제일 어려웠어요. 감독님이 죽을 때 말 많이 할 수 있는 게 사극이니까 이렇게 오래 죽을 수 있는 거라면서 즐기라고 하셨는데 찍으면서 그 말이 너무 이해되더라고요. 근데 감독님께서는 OK하셨는데 제가 한 번 더 가겠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칠전팔기 구해라’ 때도 죽는 연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말을 많이 하지 못했거든요. 많이 아픈데 어떻게 말을 하겠어요. 이번에는 사극이니까 하는데 죽으면서 할 말 다 하고 죽으려니까 확실히 쉽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잘했든 못했든 한 번 큰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윤성에 제대로 몰입한 진영의 열연에 눈물 흘린 것은 비단 시청자뿐만이 아니었다. 상대역 라온을 연기한 김유정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윤성의 죽음에 눈물을 쏟을 뻔 했다고 전한 것. 과연 배우라는 역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진영의 활약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김유정이 윤성 죽음에 눈물 흘렸다고 “저는 최대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윤성이 눈물을 흘린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윤성은 아픔이 많은 인물이지만 그걸 내비친 적은 별로 없어서 죽을 때도 눈물을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죽는 신에서도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어요. 라온이 상처주기 싫으니까. 윤성 캐릭터 자체가 약간 끝까지 배려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한편, 지난 18일 종영한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 20%대를 돌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작품으로 최근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필리핀 세부로 포상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W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