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병 아닌 에이스였다. ‘쇼핑왕 루이’가 꼴찌로 시작해 계속해서 역주행 상승 그래프를 그리더니 결국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착한 기적이 만든 드라마, 짜릿한 반전이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극본 오지영, 연출 이상엽)의 시작은 전혀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전작 ‘W’의 인기에 대한 부담감과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경쟁작 때문이다. 공효진과 조정석 주연의 SBS ‘질투의 화신’과 김하늘의 KBS ‘공항 가는 길’ 사이에서 ‘쇼핑왕 루이’는 상대적으로 최약체라는 평가를 들으며 시작했다.
그렇게 1회는 5.6%(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이하 동일)이라는 아쉬운 시청률로 시작했다. 기억을 잃은 재벌3세가 순수한 산골처녀를 만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배우며 성장해 나간다는 이야기. 마냥 동화 같은 이 착한 이야기가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진 시청자 입맛을 어떻게 사로잡을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
우려를 기우였다고 바꾸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시청률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였고, 7회(10월13일)에서 염원하던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어섰다. 동시간대 2위로 ‘공항 가는 길’을 제치고 1위 ‘질투의 화신’까지는 몇 발자국 떨어져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배우들은 “배우, 제작진, 시청자까지 같은 마음으로 드라마를 바라보고 있다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며 숫자보단 그저 즐기며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보였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며 자신보다는 ‘우리’를 돋보이게 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던 바. 동화 같은 작품 속 줄거리와 캐릭터를 똑 닮은 배우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의 마음이 빛났다. 그래서 기어코 지난 26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에 올랐을 땐, 이를 두고 ‘착한 기적’이라고 불렀다.
착한 이야기도 착하게 왕좌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킨 ‘쇼핑왕 루이’. 지난해에는 ‘그녀는 예뻤다’로 비슷한 성공 신화를 보여줬던 MBC에게 2년 연속 하반기 효자 작품이 탄생한 셈이다.
크게 주목 받지 못했던 출발선에서의 설움을 ‘복병’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 날리고, 이어서 ‘에이스’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날려버린 ‘쇼핑왕 루이’의 선전은 앞으로 출발할 많은 드라마들에 귀감이 될 것이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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