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쇼핑왕 루이’는 어떻게 보면 막장 드라마 단골 소재가 다 모였다. 재벌과 찢어지게 가난한 여자의 사랑, 교통사고 후 기억상실 그리고 또 기억상실 예고까지 터졌다. 그런데 그 아무도 이 드라마에 막장 드라마라고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른들을 위한 ‘힐링 동화’라고 한다.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가 또 다시 주인공 루이(서인국 분)가 기억을 잃은 듯한 충격 전개를 펼쳤다. 11회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재벌 3세인 루이가 회사를 노리는 백선구(김규철 분)가 일으킨 교통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었다가 산골에서 건너온 순수 처녀 고복실(남지현 분)을 만나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
로맨틱 코미디로 MBC가 큰 재미를 본 ‘환상의 커플’의 남자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 철딱서니 없는 루이와 뒷수습을 하느라 바쁜 복실, 그러다가 알콩달콩한 사랑을 하는 모습이 참 설렌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힘이 넘친다. 악역인 선구를 비롯해 루이를 돕는 집사 김호준(엄효섭 분), 루이의 연적인데 귀엽고 멋있는 차중원(윤상현 분), 복실을 괴롭히는 허당 악녀 백마리(임세미 분) 등 재밌는 인물들이 가득하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오해와 갈등, 그리고 루이와 복실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이야기가 발랄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살인과 교통사고, 기억상실이라는 뻔하고 답답할 수 있는 소재가 쏟아져도 이 드라마는 밝은 분위기이고 전혀 뻔하지 않다.
심지어 두 사람이 행복을 쌓아가는 사이 루이는 11회 예고에서 또 다시 머리를 다치며 기억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루이가 기억을 잃었는지, 혹시나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선구를 잡기 위한 연막인지 알 수 없지만 기억상실이라는 한 번 쓴 카드를 다시 꺼낸 제작진의 대형 반전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분명히 어디서 본 듯한 전개이지만 그리고 시청자들이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 장치이지만 ‘쇼핑왕 루이’의 통통 튀는 분위기와 재기발랄한 대사와 구성 방식은 뻔하지 않게 갑갑하지 않게 그려나가고 있다.
‘쇼핑왕 루이’는 종영까지 단 5회만 남았다. 남은 5회 동안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에 놓인 루이와 복실이 다시 웃을 수 있을지, 악의 축인 선구가 황금 그룹을 떠나며 갈등의 씨앗이 없어질 수 있을지 시청자들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쇼핑왕 루이’를 지켜보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쇼핑왕 루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