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표정이 다 보이니까, 좋아하는 얼굴 보면 가장 보람 있죠."
신승훈이 데뷔 26년 만에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원하는 팬들이 많았지만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소극장 콘서트다. 데뷔 후 처음으로, 단 9회의 공연이다. 물론 이번 공연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만큼 다시 한 번 소극장 콘서트를 기획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이 9번의 한정판 공연을 보기 위한 팬들의 예매 전쟁이 매우 치열했다.
많은 가수들이 소극장 콘서트를 하고 싶어 하지만 쉽게 도전하지는 못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소극장 콘서트를 쉽게 시도해볼 수 없었던 신승훈도 오직 팬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지난 1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3주간이다.
"힘들긴 힘들다"면서도 신승훈은 이번 소극장 콘서트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신승훈쇼' 같은 대형 공연 역시 신승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소극장 콘서트는 더 깊게 그의 매력에 취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신승훈도 몇 번의 공연으로 익숙해져 관객들과 더 긴밀하고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소극장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지난 28일 오후 공연 준비로 바쁜 신승훈을 무대보다 먼저 대기실에서 만났다. 26년 가수의 여유로움과 관객들을 만날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른 설렘이 전달됐다. "힘들다"지만 역시 팬들과 만나는 것이 그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26년 만에 시도한 소극장 콘서트는 그에게 그만큼 특별했다. 다시 소극장 콘서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공연에 대한 만족감도 컸다.
"힘들긴 힘들죠. 그런데 충분히 감동이 있죠. 사실 일본에서 조그맣게 공연한 적이 있어요. 원래 일본에서도 공연을 크게 하는 편이었는데, 그 작은 공연을 너무 좋아하시더라. 크게 했던 공연보다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대형 공연장과는 확실히 달랐다. 처음에는 관객들과 너무(?) 가까이서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6회의 공연을 마친 지금은 너무나도 즐기고 있다. 실제로 2시간 30분 동안 쉬지 않고 관객들과 음악으로, 말로 대화하는 신승훈은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충분히 감동이 있어요. 교감, 소통도 쉬워지니까. 체조경기장에서는 받을 수 없는 것이 오가죠. 가까이에서 교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신청곡을 받아서 불러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저는 잘 들릴 줄 알았는데 사실 잘 안 들리더라(웃음).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게 짜이지 않는 데서 얻는 수확이 있어요. 가까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소극장 콘서트든 아니든 신승훈의 공연을 찾는 관객들이 여전히 많다. 이번 콘서트 역시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신승훈은 변함없이 그의 공연을 찾아주는 팬들의 '의리'에 감사했고, 또 그만큼 양질의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의리 있는 팬들이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만큼 제가 공연할 때 실망을 주지 않았던 거죠(웃음). 제 팬이기도 하지만 사실 공연에 같이 온 사람은 신승훈의 팬이 아닐 수 있잖아요. 팬이 아니더라도 공연을 보고 재미있어 하면 내 팬들이 뿌듯해하는 거죠. 그게 보답이니까."
"이번 소극장 콘서트는 오케스트라도 없고, 댄서도 없어요. 17년 된 최고의 밴드가 함께하는데, 오롯이 음악만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른 공연에서보다 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 불렀던 노래도 많이 부르는데, '온도'라든지. '가 노래가 이렇게 좋았나' 할 정도로 가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
공연에 있어서만큼은 언제나 완벽을 추구하는 신승훈. 처음으로 시도한 소극장 콘서트지만 역시 그답게, 앞으로 꼭 봐야만 하는 공연 목록에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관객들에게도 신승훈에게 감동의 나날인 요즘이다.
"가장 벅찼던 것은 관객들의 표정. 소극장 콘서트에서는 객석의 표정이 보여요. 그 전에는 예상만 했던 거죠.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 예상하면서 '좋았을 거야'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표정이 다 보이니까. 감동받은, 좋은 표정을 지으면 그게 가장 보람 있죠."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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