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이 간만에 예능 격전지 금요일에서 웃었다. 나영석 PD의 ‘꽃보다’와 ‘삼시세끼’, 그리고 ‘신서유기’가 금요일마다 방송되며 승승장구하는 동안 화제성에서 밀리며 고전했던 지상파가 SBS ‘미운 우리 새끼’의 성공으로 자존심을 챙겼다. 이쯤 되면 올해의 예능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미운 우리 새끼’가 또 다시 자체최고시청률을 갈아치웠다. 지난 28일 방송된 9회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1.8%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KBS 1TV ‘뉴스라인’(6.1%), MBC ‘나 혼자 산다’(5.8%),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2.6%) 등을 가뿐히 꺾었다. 동시에 지난 14일 방송된 7회(11.4%)보다 소폭 상승하며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금요일 시청률 최강자는 SBS ‘정글의 법칙’이었고, 인터넷 여론이 뜨거운 일명 화제성 1위는 tvN 예능프로그램이었다. 나영석 PD가 이끄는 ‘꽃보다’,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이 지난 3년간 금요일을 장악했다. ‘정글의 법칙’이 시청률에서 높은 기록을 보였지만 아무래도 화제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정글의 법칙’을 제외하고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이 화제성은 물론이고 시청률까지 뚝뚝 떨어지며 금요일은 tvN 예능프로그램이라는 공식이 공고히 되는 듯 보였다.
이 가운데 관찰 예능의 변주인 ‘미운 우리 새끼’가 아무도 기대 안했던 반전을 이끌었다. 저평가 우량주였던 것. 자사 시청률 최강자인 ‘정글의 법칙’과 동률까지 올라섰다. ‘정글의 법칙’은 11.4%를 기록했다. 고무적인 것은 ‘미운 우리 새끼’가 인터넷 화제성도 높다는 것. 아무래도 이 프로그램이 스타들의 일상을 어머니들이 지켜보며 함께 공감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구성이기 때문에 토론의 장을 만든다는 점에서 네티즌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어머니들의 시선에서 문제적 아들인 스타들의 일상을 훔쳐보며 흔히 말하는 욕을 하거나 토를 달며 재미를 느끼는 것, ‘미운 우리 새끼’가 가진 강점이다.
출연자인 김건모, 박수홍, 허지웅, 토니안의 솔직한 일상과 이를 안타깝거나 갑갑하게 바라보는 어머니들의 거침 없는 입담, 그리고 MC인 신동엽과 한혜진의 공감 혹은 말싸움 부채질은 웃음을 안긴다. 이 프로그램은 서로의 가치관의 차이에 따라 이해할 수도, 이해를 하지 못해 인터넷 공간에 함께 이야기를 하며 공론의 시간을 만들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기 힘든 요즘 평일 예능프로그램 환경에서 두자릿수를 넘어서고 화제성도 tvN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성적표를 챙기는 중이다. 동시에 올해 시작한 예능프로그램 중에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금요일 예능 시장에서 자존심을 상당히 구기며 tvN에 자리를 내줬던 지상파의 체면을 오랜 만에 살렸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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