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미풍아’ 속 임수향은 분명히 악녀다. 주인공 임지연과 대척점에 서 있는 거짓말을 일삼는 악녀인데, 어쩐지 애처롭다. 그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기를, 자꾸 바라게 되는 이런 상황이 안방극장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19회는 박신애(임수향 분)가 자신이 북한 출신이고 과거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숨긴 채 억대 자산가 가족인 조희동(한주완 분)과 결혼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거짓말이 들통나서 희동의 든든한 뒷배인 재산을 차지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신애의 모습은 짠하기까지 했다.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김미풍(임지연 분)에게 거짓 눈물 연기를 펼치면서까지 빌어대는 모습은 그동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신애의 절박하고 삐뚤어진 야망을 알기에 안쓰러웠다. 신애는 미풍 가족을 발견하고 결혼식에서 쓰러질 정도로 강단이 있는 악녀는 아니다. 늘 거짓말을 하며 불안해 하고 성공을 하고자 하는 왜곡된 욕망의 끝에는 지독한 가난이 있다.
그래서 희동을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는 신애의 처지는 딱하기까지 하다. 분명히 착한 인물인 미풍과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라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기 딱 좋은데 여론은 임수향이 연기하는 신애에게 호감이 가득하다. 밉상이긴 한데 자꾸 보게 된다는 것, 심지어 그의 거짓말이 드러나지 않길 바란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심지어 다음 회 예고에는 신애의 정체를 알고 있는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며 위기가 증폭될 전망이다.
임수향은 이 역할을 맡은 오지은이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중간에 합류했다. 기존에 연기하던 배우가 있었던 터라 임수향에게 큰 부담이자 도전이었던 작품이었다. 그는 자연스러운 사투리 연기와 물오른 감정 연기로 ‘불어라 미풍아’의 재미를 확 높이는데 일조했다. 동시에 안방극장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좋은 역할을 맡으면서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이끌어내는 연기로 배우 임수향의 가치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임수향이 북한 사투리와 표준어를 번갈아가며 쓸 때마다 확 바뀌는 목소리와 표정 연기는 매번 흥미롭게 다가온다. / jmpyo@osen.co.kr
[사진] ‘불어라 미풍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