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연인'이 연기력 증명의 장이 됐다. 드라마의 흥행과 무관하게 인생 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활약에 많은 박수가 향한 것. 특히 홍종현부터 남주혁 등 스타에서 배우로 거듭난 이들의 연기가 재조명 됐다.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황위를 둘러싸고 치열한 궁중 암투를 벌이는 8황자들과 이 사이에 휘말리게 된 21세기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역대급 캐스팅을 자랑해 일찍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특히 화려한 비주얼로 '꽃황자단'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8황자들의 캐스팅에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향하기도 했다. 남주혁과 지수, 아이돌 출신으로 첫 연기에 도전한 백현까지 비교적 연기 경력이 짧은 신인급 배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
하지만 기특하게도 이들은 우려를 깨부수고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없던 부족한 개연성도 꽉 채워넣었다. 특히 죽음을 맞을 때 '인생 연기'를 펼친 이들이 대부분이라, 이 드라마가 배우들의 마지막만은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달의연인 상조'라 부르는 시청자들도 생길 정도.
※ 모델 출신 꼬리표를 떼다, 왕요 홍종현
홍종현은 '달의 연인'을 통해 고려 3황자 왕요로 분해 최고의 악역 연기를 펼쳤다. 극중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진한 아이라인을 그린 홍종현은 왕소(이준기 분)를 궁지에 몰아넣을 뿐 아니라, 왕위를 지키기 위해 형제를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는 잔인한 악행을 일삼으며 시청자들의 미움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7회에서 황후 유씨(박지영 분)와 형제들에게 외면 받고 정신병을 앓다 숨을 거두며 쓸쓸하게 마지막을 맞았다. 특히 정신적으로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왕요라는 캐릭터의 불안과 고통을 고스란히 전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연민을 느끼게 한 홍종현의 연기는 그동안 그를 따라다니던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게 했다.
※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새싹, 백아 남주혁
고려 최고의 미남 13황자 백아라는 설정에 맞게 방송 초반부터 청량한 미모로 시선을 사로잡은 백아는 왕위보다 그림과 악기에만 관심을 두며 유유자적한 인생을 즐겼지만, 운명처럼 만난 우희(서현 분)을 만나며 달라졌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으로 애틋함이 더해진 것은 물론, 왕소와 함께 갑옷을 입고 반역에 나서며 남자다움을 뽐내며 여심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 특히 청순과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섬세한 감정 연기를 펼치며 한층 성장한 연기력을 증명했다. 남주혁은 오는 11월 16일 첫방송되는 MBC '역도요정 김복주'를 차기작으로 선택, 새로운 모습으로의 활약을 예고하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엑소 아닌 변배우로, 왕은 백현
백현은 '달의 연인'을 통해 처음으로 정극에 도전에 나섰다. 앞서 엑소 멤버들과 함께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를 통해 연기에 도전한 바 있지만 정식 브라운관 데뷔는 이번이 처음. 이에 그의 연기에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 극 초반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들뜬 듯한 느낌 역시 이러한 우려에 무게를 더했다. 하지만 아내 순덕(지헤라 분)을 만난 뒤 첫사랑 해수(아이유 분)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나 왕요에 의해 숙청당하는 장면은 몰라보게 성장한 연기로 호평을 얻었다. 특히 죽는 순간 순덕을 향해 뻗는 손길이나 애틋한 미소는 보는 이들마저 눈물 짓게하며 몰입을 더하기도 했다. 죽음으로 하차한 후 다시 엑소 멤버로 돌아가 유닛 첸백시로 활동을 앞두고 있지만, 연기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둔 계기가 됐다.
※ 걸크러쉬 부른 열연, 박시은·우희진
새삼 연기력으로 칭찬하기가 무색할 만큼 탄탄한 경력을 자랑하는 박시은과 우희진이지만, '달의 연인' 속 두 사람은 뜻밖의 순간에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화면을 장악했다. 특히 이들은 죽음을 통해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공통점을 가지며 '달의연인 상조'라는 이 드라마의 별명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먼저 8황자 왕욱(강하늘 분)의 처 해씨부인 역을 맡은 박시은은 왕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고 그를 해수와 이어준 뒤 숨을 거뒀다. 죽기 직전에는 왕욱에게 반한 젊은 시절 해씨부인의 생기발랄한 모습이 대비돼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우희진 역시 마찬가지. 다미원 최고 상궁 오상궁 역을 맡은 우희진은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처한 해수를 구하기 위해 대신 죽음을 택했다. 이에 과거 사랑했던 왕건(조민기 분)과의 애틋함, 자신의 아이를 유산시킨 황후 유씨(박지영 분)에 대한 분노와 해수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그리며 남다른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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