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자막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프로그램 속 상황을 시국에 빗대어 표현한 것 같은 자막이 바로 그것. 예능 속 풍자의 의미로 해석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청자들도 직언을 듣는 듯한 속 시원함이 느껴진다며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국내에서 무중력 적응 훈련을 받고 러시아로 떠나 무중력 훈련에 돌입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우선 국내에서는 물구나무 식사와 특수 헬륨 풍선으로 멤버들을 지상 위로 띄우는 훈련이 펼쳐졌다. 이때 박명수는 여느 때와 같이 김태호 PD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물구나무 식사는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식사시 마치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상태에서 음식을 삼키는 것 같다고 밝힌 것에 착안한 훈련. 이때 박명수는 우주특집에 대해 설명하는 김태호 PD를 보고 “옛날이었으면 (혹성탈출)이었는데”라고 공격했다.
김태호 PD는 “지는”이라고 반격했고, 이를 박명수만 빼고 모두 들었던 상황. 못들은 척하는 박명수를 향해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정작 들었어야 할 분은 딴 얘기 중’이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다음은 헬륨 풍선을 이용한 훈련이 이어졌다. 박명수는 상공으로 올라가기 전 “온 나라가 다 웃음꽃이 피고 있어요”라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이에 ‘요즘 뉴스 못 본 듯’이라는 자막이 실렸다. 하늘 위로 오르는 박명수를 그림으로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이라는 자막이 곁들여졌다. 이에 많은 시청자들은 시국을 빗댄 풍자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클라이맥스는 내려오는 박명수를 그림으로 펼쳐졌다. 훈련이 펼쳐진 잠실주경기장의 지붕 높이로 올라간 박명수가 내려달라고 하자 ‘알아서 내려와’라는 자막이 나간 것. 여기에 멤버들은 장난치며 다시 올렸다가 정체불명의 욕을 하는 박명수를 보곤 다시 줄을 끌어당겼다. 이때 ‘빠른 태세전환’이라는 자막에서도 시청자들은 풍자의 냄새가 난다며 재미를 느꼈다.
이처럼 ‘무한도전’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히 재밌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파라는 공공재의 주인은 시청자라는 느낌을 11년 동안 변함없이 주고 있기 때문. 국민이 붙여준 국민예능이라는 이름은 아무에게나 주는 것이 아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