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 칼럼] 연예계가 요즘 비상사태다. 영화 방송 가요 등 장르를 불문하고 총체적 난국이다. 자체적인 문제나 사건사고 때문이 아니다.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져 그렇다.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씨 파동에 흔들리고 있다. 왜? 막장극 뺨치는 정치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는 판에 누가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듣겠는가.
사상 전무후무할 정치권 스캔들의 가요계 첫 희생자는 트와이스다. 올 가을 음원차트를 싹쓸이하며 컴백한 이들의 대활약은 뉴스 가치에서 한 켠으로 밀려나고 있다. 11월 가요대첩을 예고한 특급 뮤지션들은 더 불안하다. 사태가 가라앉기는 커녕 일파만파로 커질 분위기여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방송 쪽은 일희일비한다. 보도 프로그램은 국민들의 지대한 관심 아래 단군 이래 최고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손석희 앵커를 앞세운 jtbc가 '최순실 태블릿' 단독 입수와 연달은 특종 보도로 초유의 국정 농단의 몸통을 드러내면서 발동을 걸었다. 종편은 물론이고 뒷짐을 지던 지상파 TV들도 속보 경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반면 드라마와 영화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났다. 11월 16일 전지현 이민호의 황금 투톱 카드를 앞세운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의 신작 '푸른 바다의 전설'이 첫 방송에 들어가지만 홍보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스크린 흥행보증수표 강동원 주연의 최신 영화 '가려진 시간'도 같은 날 개봉하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가 원수의 머리 위에 있었던 것 아니냐는 최순실씨는 최고 인기의 한류 톱스타들마저 상투를 휘어잡고 흔드는 셈이다. 천하의 전지현 강동원 이민호도 '최순실 바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내부자들'로 불기 시작한 누아르풍 사회 고발영화들도 이제 그 빛이 바래고 있다. 이보다 더 잔혹하고 충격적이며 손에 땀을 쥐게할 스릴러가 나오기는 불가능하기에. 영화 속 이경형과 백윤식을 보고 "설마 저럴까"했던 관객들이 앞으로 "이 정도 쯤이야" 외칠 판이다.
그렇다면 이번 '국정 농단' 스토리가 영화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충무로 한 중견 제작자는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전없이 모든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는 관계로)결말이 뻔한데다 오천만 전 국민이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줄줄 꿸 게 분명"해서 그렇단다.
특히, 코미디 프로는 진짜 웃기는 실제 상황 코미디 앞에서 완전히 초상집 됐다. 세상 그 어떤 개그맨도 이보다 더 세상을 웃길 수는 없기 때문에. 그래도 살 길은 하나 남았다. 'SNL'같은 풍자 코미디 프로가 이런 시대적 코미디를 거침없이 손가락질할 때 시청자들은 반응할 게 분명하다. 고 김형곤의 정치 풍자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처럼. /mcgwire@osen.co.kr
<사진> '내부자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