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를 대표하는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을 그 중 하나로 꼽을 것이다. 쟁쟁한 경쟁작 사이에서 8.3%(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이라는 다소 아쉬운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3회 만에 시청률 급상승에 이어 최고시청률 23.3% 돌파까지 전국이 떠들썩한 드라마로 마무리됐던 바. 여기에는 아역 출신의 아직 20살도 되지 않은 한 소녀가 여자주인공으로서 크게 활약한 공이 컸다.
배우 김유정은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어엿한 여배우로서 그 진가를 입증했다. 시청률이라는 수치뿐만 아니라 극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줄 아는 팔색조 연기력, 잘 자라준 미모까지 모자란 부분이 없었다.
특히 극중 연기한 홍라온 역은 초반 남장을 하고 살아야 했지만 발칙하기까지 한 발랄함을 잃지 않았던 홍삼놈에서 이영(박보검 분)과의 로맨스, 수많은 역경을 통해 변해가는 입체적인 캐릭터였다. 극 분위기도 라온의 변화에 따라 급반전됐다. 이영과의 티격태격한 모습이 주를 이뤘던 초반과 달리 후반부로 향할수록 눈물이 멈출 날이 없었던 것. 김유정은 캐릭터에 푹 빠져 라온과 함께 힘들어하다가도 아름다운 엔딩 신을 찍으며 그 힘들었던 감정을 모두 날렸다고 했다.
다음은 김유정과의 일문일답.
-드라마를 무사히 잘 끝낸 소감이 어떤가
▲끝나자마자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제 막 지금 조금씩 실감나기 시작한다. 마지막 촬영 때도 차마 못 느꼈는데, 팬사인회도 하고 종방연도 하고 포상휴가도 갔다 오고 나니까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무사히 아무도 안 다치고 안전하게 재밌게 끝나서 좋다.
-포상휴가는 잘 즐겼는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시간을 보내니까 좋았다. 제가 아직 미성년자라 종방연에서 술을 못 먹으니까 밥만 먹고 나왔는데, 휴가를 가서는 함께 얘기를 많이 나눴다. 오히려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배우 분들이랑 친해진 것 같다.
-초반 시청률이 살짝 아쉽진 않았나.
▲저희 현장 분위기는 항상 좋았다. 사실 그것보다 더 못나올 줄 알았다는 분도 계셨고 시청률에 크게 좌지우지하진 않았다. 물론 그 다음 주에 시청률이 확 뛰면서 더 좋아지긴 했다.(웃음)
-요즘 시청률은 예전만큼 의미 없다 해도 그 와중에 20%가 넘었다는 건 더욱 대단한 거다. 당시 분위기가 어땠나.
▲자고 일어났는데 보검 오빠한테 문자가 왔다. ‘유정아, 기분 너무 좋다. 열심히 하자’ 딱 봤는데 너무 좋았다. 사실 저희는 현장에서 정신없이 촬영하느라 반응이나 인기를 잘 못 느꼈다. 시청률 같은 것도 잘 몰랐는데 현장에서 ‘20% 넘었다고 파이팅’하시니까 저희도 기분이 좋았다. 실감했을 땐 팬사인회 할 때였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깜짝 놀랐다. ‘내가 연기한 걸 이렇게 많이 보셨구나’ 신기하고 뿌듯했다.
-처음 캐스팅 됐을 당시 아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오는 일부 우려에 섭섭하진 않았나.
▲부담이 많이 됐다.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나오기 전부터 되게 걱정했다. 원작 팬 분들도 계시고 보검오빠가 이미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보검오빠 팬 분들, 드라마 팬도 그렇고 제 팬 분들도 그렇고 걱정이 많았다. ‘라온이에 안 어울린다고 싫다고 하시면 어쩌지’ 했는데 캐스팅 기사가 나오자 다 좋아해주시는 거다. 너무 놀랐고 그걸 보는 순간 더 부담됐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들어가기 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 이 작품에 한 인물로서 힘이 돼줘야 하니까 중심을 잡아보려고 많이 노력했다. 또 초반에는 삼놈이가 모터 같은 존재였다. 시동 걸고 부릉부릉 갈 수 있게 힘을 주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고 그 힘을 가지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지금은 잘 해낸 것 같나.
▲지금은 이 작품을 제가 끝마쳤다는 것이 너무 좋고 버텨서 해냈다는 게 너무 좋았다. ‘이 신을 잘 찍어서 대본만큼 재밌게 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만 했다. 그전부터도 연기에 대한 부담이 있었고 저에게 대한 스스로의 의심, 확신을 못하는 불안감 때문에 시청률에 대한 걸 생각 못했다. 끝나고 나서 가장 마음을 울렸던 말이 스태프 분들이 ‘너 정말 잘했다’고 안아주셨는데 그때 너무 슬펐다. 울컥했던 게 있었던 것 같다. 고민하고 노력했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대답이 된 것 같다. 기쁘고 좋았던 기분이다.
-삼놈에서 라온이로 향하면서 감정신이 대폭 증가했다.
▲사실 후반부에는 많이 힘들었다. 저도 우울해지고 혼란스러웠다. 이 감정이 맞나, 저 감정이 맞나, 헷갈렸다. 처음으로 여주인공으로서 이끌어나갔는데, 그에 대한 책임감이 있는 것 같다. 라온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시청자들에게 이해하고 설득시켜야 했다. 우울하고 슬프긴 했지만 끝까지 마무리 잘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초반에는 감정신이 많이 없었으니까 조금만 슬픈 신에도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때 감독님이 ‘너희 나중에 많이 우니까 지금부터 울지 말라’고 하셨는데, 전 좋다고 했는데 나중에 너무 우는 날이 많았다. 얼굴이 안 부운 날이 하루도 없었다.(웃음) 초반에는 굉장히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기쁘고 즐겁고 웃기고 감독님도 그때가 그립다고 하셨다. 웃으면서 구덩이 빠지고 물 빠지고 같이 장난치고 풍등 날리고 그때가 그립다고. 그런데 후반부 힘들고 우울했던 게 엔딩장면을 찍으면서 잊히더라.
-원래 작품 속 감정이 평상시에도 영향을 많이 미치는 편인가.
▲끝까지 가져간다. 촬영 안 하고 쉴 때도 우울하고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초반에는 깐족대면서 밥 먹으러 다녔는데 후반부에는 목소리 톤도 다운되고 얘기도 잘 안 하게 됐다. 평상시 영향을 많이 받아서 좋았던 건 삼놈이가 긍정적인 시너지를 뿜고 다니는 친구라 저도 그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촬영하면서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꼈다. 많이 웃고 추억도 많이 쌓였다.
-매회 등장하는 눈물 신에 걱정이 많이 됐을 것 같은데.
▲나중에 눈물 안 나오면 어떡하지 싶기도 했지만, 워낙 라온이 감정이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눈물 참는 게 더 힘들었다. 누르는 감정이 많았다. 터질 것 같은데 눌러 담고 있는 게 더 힘들었다. 그래서 평상시 더 우울했던 것 같다. 그걸 갖고 있으니까. 궐에서 나와서 영에 대한 소식을 듣고 윤성이랑 얘기하면서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진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끝나고 나니까 되게 시원했다. 쌓아가는 감정을 느끼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궐에서 나가려고 준비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너무 힘들었다. 계속 참고 앞에서 웃고 있지만 슬프고 미안하고 이런 감정들을 눌러 담으니까 되게 슬프더라. 속으로 울고 있는 느낌이었다. (Oh!쎈 수다②에서 이어집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