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기가 '달의 연인'으로 남다른 연기 내공을 폭발시키며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감을 뽐냈다. 국내를 넘어 일본, 중국 등 해외 무대까지 주름잡고 있는 이준기의 저력에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다. 특히 매회 레전드를 경신하고 있는 이준기의 놀라운 연기력은 그가 왜 극찬받는 배우인지를 또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준기는 이제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놓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에서 고려 4번째 황제인 광종이 된 4황자 왕소를 제 옷 입은 듯 완벽하게 연기해내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극찬을 얻었다.
이번에 여섯 번째 사극 도전인 이준기는 "또 사극?"이라는 질문에 차별화된 연기로 대답을 해왔다. 분명 여러차례 연기하는 사극이기 때문에 전작의 분위기가 묻어나기 마련임에도 불구하고 이준기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며 시청자들에게 매회 신선한 재미를 안겼다.
특히 이 드라마는 볼모로 잡혀 있던 왕소가 나례연을 계기로 송악에 돌아오는 시기부터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년간의 방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각 인물들의 심리와 관계의 변화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여겨졌다. 특히 왕소는 외모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나 해수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얻는 모습, 형제를 어쩔 수 없이 죽일 수밖에 없는 잔혹한 운명 앞에서 황제가 되겠다고 선언하는 슬픈 각성 등 휘몰아치는 감정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만큼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이준기는 이런 왕소를 맞춤옷 입은 듯 자유자재로 연기해냈고, 매회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눈빛 하나, 손 끝의 미세한 떨림에도 수만가지의 감정을 담아냈고, 독약을 마시고 돌아서던 장면에서는 목 핏줄까지 섬세하게 연기해내 극찬을 얻었다. 또 해수를 향한 사랑을 깨달은 순간부터 절대 흔들리지 않는 사랑을 눈빛, 표정, 목소리로 완벽하게 표현해내 안방에 설렘 폭격을 안겼다.
그리고 지난 방송에서 황후 유씨(박지영 분)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보여준 통한의 눈물 연기는 끝까지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자 했던 왕소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했고, 그가 왜 광기 어린 왕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준기가 등장할 때마다 확연하게 높아지는 극적 몰입도는 그가 얼마나 내공이 깊은 배우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더욱 놀라운 건 이준기가 현장에서 보여준 주연 배우로서의 리더십이다. 왕소를 연기하기 위해 체중 15kg을 감량하고 말투에 힘을 빼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던 이준기는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워낙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지만, 연기 경력이 많지 않은 배우들이 많은 탓에 앞장서서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고, 또 연기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바쁜 와중에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회식 자리를 주도하고, 방송 중간중간 자신의 SNS에 촬영 현장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본방사수를 독려하고 있기도.
남다른 연기 내공 뿐만 아니라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늘 팬들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길 줄 아는 이준기. 그 덕분에 '달의 연인'은 최근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에서 누적 20억뷰를 달성하는 독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준기가 남은 2회 동안 또 얼마나 놀라운 영향력을 남길지, 그리고 '달의 연인'을 넘어 또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큰 기대가 앞선다. /parkjy@osen.co.kr
[사진] '달의 연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