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 '닥터 스트레인지'는 한 마디로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다. 그리고 그 '불호'에는 마블 영화에 쌓이는 피로도 역시 한 몫하고 있다.
지난 26일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는 30일까지 전국 239만 9,546명(영진위)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수성했다.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가 언제나 흥행 불패인 것은 아니지만(예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마블 슈퍼히어로물에 대한 한국 관객들의 애정도나 충성도가 예전보다 훨씬 높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여기에는 지나 2012년 개봉한 '어벤져스' 1편을 필두로 한 시리즈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인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은 한국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마블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인공 스트레인지 박사(베네딕트 컴버배치) 역시 이 아이언맨과 자주 비교선상에 놓인다. 그 만큼 서사나 성격이 비슷하다. 그러나 닥터 스트레인지는 아이언맨 만큼의 몰입감이나 재미를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캐릭터 자체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것도 큰 이유가 되지만, 서사의 계속되는 반복에서 생기는 피로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그들만의 세계'에 따른 진입 장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눈 호강'하는 영화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스토리라인의 완성도에서는 크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있다. 캐릭터 대결구도, 서스펜스, 유기적 연결 등 전체적인 플롯이 스케일만 클 뿐 제대로 작동을 못한다는 것이다.
'마블 영화를 누가 서사에 집중해 보나'란 반대 의견들이 있긴 하지만, 시각효과가 힘을 받기 위해서는 토대가 되는 이야기의 힘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밋밋한 이야기에서 구현되는 화려한 시각효과는 껍데기에 그칠치고 마는 것. 그렇기에 '마블 멀티버스의 시작은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란 말까지 들린다. 시각효과마저도 영화 '인셉션'의 복제라며 한 마디로 '새로울 것 없는'이란 평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더불어 마블은 '닥터 스트레인지'로 MCU에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알렸지만 오히려 점차 견고해지는 마블의 세계에 이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발을 디뎌놓기가 어렵다는 반응도 많다. '다 연결되는' MCU 영화들이기에 그 문턱이 생각보다 높다는 것. 그러면서도 더 이상 '마냥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기에 마블에 입성하려고 하는 신규 관객들은 차라리 관람을 포기하게 된다는 의견이다.
반복되는 비슷비슷한 서사에 높은 문턱. 어쩌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MCU 총체적 난국의 시작을 조심스럽게 알리는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 nyc@osen.co.kr
[사진]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