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컴백한 젝스키스도, 7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박효신도 유일하게 찾은 방송 프로그램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이었다. ‘내가 저지른 사랑’으로 단 한 차례 방송 출연을 결정한 임창정의 초이스도 마찬가지. 뮤지션들이 이 무대를 찾는 이유는 뭘까.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음식집 주인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걸어놓은 ‘맛집’ 같은 프로그램이다. ‘유희열’의 이름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제대로 만들겠다는 각오와 좋은 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이 느낄 수 있다. 7년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음악적인 즐거움을 선사하며 고정 시청자들을 단단하게 확보하기도 했고. 이에 제작진들의 애정이 듬뿍 담기는 바.
국내에는 유일한 음악 토크쇼라는 점에서도 희소가치가 있다. 쟁쟁한 가수들을 섭외, 고음을 질러대는 경쟁을 붙여가며 자극을 주거나, 억지스럽게 일반인들을 참여시키는 일이 없다. 가수는 가수로서 진심을 담아 노래하고 객석은 평가가 아닌, 박수와 호응으로 함께 호흡한다. 곁가지를 뻗치는 흥미로운 토크도 빼놓을 수 없는 ‘꿀잼’ 포인트가 되겠다.
가수들이 다른 것에 연연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무대를 꾸밀 수 있다는 점. 이를 통해 객석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무대는 뮤지션들의 꿈의 무대가 돼 가고 있다. 이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역대급’ 무대들이 만들어지기도.
그렇게 ‘스케치북’은 뮤지션들이 가장 출연하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 1순위가 됐다. 심야 시간대의 잔잔한 감성을 자극하면서 꽤나 두터운 고정 시청층까지 확보하며 롱런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브랜딩 되고, 뮤지션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좋은 프로그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 화제성과 시청률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다.
박효신, 임창정, 젝스키스 등 대형 가수들 외에 방송 무대에 설 기회가 비교적 적은 뮤지션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는 점 역시 ‘스케치북’이 사랑 받는 비결이다. 좋은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셈이다.
‘유희열’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 프로그램이 지금의 자리로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뮤지션들과 깊이 소통할 줄 아는 진행자의 가치가 제대로 빛난 셈. 실제로 유희열은 출연하는 뮤지션들과 방송 음악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는 전언. 동료들과는 교감하고 후배 가수들에게는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스케치북’은 잔잔한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다. 방송시간대를 금요일 밤에서 토요일 밤으로 옮겼고, 매달 ‘월간 유스케’라는 타이틀로 월간 특집을 진행한다. 좀 더 음악적인 즐거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들이다.
더 넓어진 도화지 덕에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는 더욱 풍성한 뮤지션들의 그림이 담길 전망이다. /joonamana@osen.co.kr
[사진] '스케치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