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하고 여성스러운 매력이 가득한 박하선. TV로 보나 실제로 보나 그녀는 청순하고 예뻤다. 그런데 그랬던 그녀가 180도 달라졌다. 변신하기로 단단히 결심을 했는지 눈빛부터 악착스러워졌다. 여전히 예뻤지만 어리바리하고 빈틈이 많은, 짠내 가득한 ‘미생’이었다.
지난 25일 인기리에 막을 내린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에서 박하선은 여타 강사들에 비해 스펙이 부족한 국어강사 박하나를 연기했다. 마치 박하선에 의한, 박하선을 위한 캐릭터인 듯 딱 맞아 떨어졌다.
박하선은 3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실 처음부터 기대를 안했는데 첫 방송 이후 호평이 나와 굉장히 감사했다”고 기자들에게 인사했다. 2년 만에 복귀한 작품을 성공적으로 끝마쳤기에 터져 나오는 미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듯 행복해보였다.
그녀는 노량진 공무원 강사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하나를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회 시청률이 5%(닐슨코리아 제공·전국 기준)를 달성하며 인기리에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이렇게 높은 시청률이 나오리라곤 기대도 안했는데 너무 감사하다. 시즌2를 한다면 정말 6%가 나올 때까지 더 열심히 망가지겠다.(웃음)”
학원에서 혼자 사는 집으로 퇴근한 하나는 혼자 술을 마시며 하루의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풀었다.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도 ‘혼술’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도 술자리를 즐긴다는 박하선.
“2년간 쉬면서 힘든 마음에 자주 마셨었다. 평소엔 영화를 볼 때나 잠이 안 올 때 방 안에서 맥주 한 캔 정도 마신다. 주종 안 가리고 한 병 정도 마시는 것 같다. 예전에는 두 병 정도 마셨다.(웃음) 이 작품을 하면서 한 병은 거뜬히 하다. 하하. 살풀이 장면을 찍을 때는 소주 반 병 마시고 촬영했다.”
박하선이 워낙 청순가련한 스타일이라 묻는 말에만 단답형으로 답할 줄 알았는데,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먼저 꺼내는 서글서글한 면모를 드러냈다. 마치 박하나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친근했다. 오랜 만에 만난 고교 동창처럼 그녀와의 대화에 어색함이 없었다.
이렇게 박하나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인물이 느꼈던 감정을 본인도 체감했었기 때문. 2년이라는 공백기가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데 그 시간 동안 박하선은 여배우로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2년 동안 버는 것 없이 쓰기만 하니까 불안했다. 되게 돈을 벌고 싶더라. 2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저는 노그래처럼 ‘될거야 될거야’ 속으로 다짐하면서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니 힘들었다. 연기가 싫기도 했다. 그 기간 동안 쌓인 것들을 노그래에 녹여냈다. 일도 없고 힘들었지만 혼자 ‘잘 될거야’라고 믿으며 웃었다. 예전에는 캐릭터를 연기로만 표현했다면 이번엔 마치 제 삶인 것처럼 대했다.”
그는 “박하나의 대사 중 ‘나 같은 게, 내 까짓 게 뭐라고’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때는 정말 나인 것처럼 말했다”고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하나가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 처량함 등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해냈다고.
중간 중간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쌓았던 코믹 연기가 빛을 발하며, 가식 없이 제대로 망가졌고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멜로는 물론 코믹연기까지 되는 만능 배우로 우뚝 솟은 셈.
더불어 노량진 장그래, 일명 ‘노그래’의 삶을 조명할 때는 짠내 가득하게 전달해 직장 생활에 지친 청춘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안겼다. 언제나 그랬듯 박하선만의 매력이 돋보였다.
박하선은 상대 배우로 만난 하석진과 연기 호흡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오빠가 도시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있어서 잘 맞을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편안하고 장난도 잘 치시더라”며 “굉장히 재밌고 소년 같았다. 공명이 싱그러운 느낌이었다면 오빠랑 촬영할 땐 남녀의 현실적인 매력이 담겨 좋았다”고 말했다.
박하나를 여자로서 좋아한 공시생 역 공명에 대해서는 “연하와는 첫 호흡이었다. 공명 씨를 보면 이종석 씨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앞으로 더 잘 될 것 같다. 공명에게 ‘앞으로 초 울트라급 스타가 될 것 같으니 그땐 날 모른 척하지 말아달라’고 했다.(웃음) 역시 호흡은 좋았다”고 후배애(愛)를 드러냈다.
박하선이 자랑한대로 촬영장 분위기는 100점 만점에 100점. 배우들은 회식 때 새벽 4시까지 남아서 놀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자랑했고, 마지막 촬영을 하고나선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흘렸을 정도로 고운 정이 많이 쌓였다. 그녀는 자신보다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하나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키며 촬영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사실 연기가 지긋지긋 해졌던 순간도 있는데 (‘혼술남녀’) 덕분에 연기가 더 좋아졌고 재미있어지게 됐다. 앞으로 쉬지 않고 소처럼 열심히 일하고 싶다. 하하. 의사 역을 못해봤는데 한 번 해보고 싶고, 다시 사극도 하고 싶다.(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