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한나는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를 통해 연화공주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극중 그녀가 연기한 연화공주는 가문을 위해, 또한 생존을 위해 황후에 오르는 인물. 사랑이라는 감정을 오롯이 드러내놓고 살기에 연화에게 황실은 살얼음판을 걷는 그야말로 '보보경심'이었다. 해수(아이유 분)와 오라버니 왕욱(강하늘 분), 그리고 짝사랑하는 왕소(이준기 분)와의 관계를 모두 훼방 놓는 황실의 악녀였지만, 그녀의 살벌하면서도 기품 있는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웃으면서 살벌한 대사를 읊는 모습에 '보조개 공주'라는 애칭도 생겼다.
강한나는 '달의 연인' 종영 2회를 앞둔 31일 오후 OSEN과의 인터뷰에서 종영 소감을 전하고 드라마와 관련한 못다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오랜 기간 좋은 배우들과 감독님, 스태프 분들과 함께 고생하며 촬영했는데 시간이 금방 지났네요. 이제 방영도 끝이 나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고 같이 웃고 울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달의 연인'에서는 유난히 클로즈업이 많았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배우의 미묘한 표정 연기를 포착할 수 있던 터. 강한나는 그중에서도 "보조개도 얄밉다"는 평을 들을 만큼 표정 연기 하나하나도 흠잡을 곳 없는 연기를 펼쳤다.
"'얄미운 보조개'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어봐서 많이 웃었어요. 사실 이전 작품에서 울거나 무표정이었던 장면이 많아서 저도 화면을 보면서 '내가 보조개가 있던 사람이구나' 생각했거든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감독님은 연화가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웃으면서 연화의 대사를 하면 잘 표현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사실 연화가 근심 걱정 없이 웃어본 적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은(백현 분)이 생일파티같이 찰나의 순간 빼고는 거의 속상황은 달라도 웃는 상황이 많았죠. 웃음이지만 기분 나쁜 게 제가 원했던 거였어요. 그런 웃음을 많은 분들이 재밌고 또 밉게 봐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런 연화가 가장 살벌했던 장면은 다미원에 있는 은의 흔적을 발견하곤, 그와 박순덕(지헤라 분)을 왕요(홍종현 분)에게 고발한 부분. 연화로서는 거란국으로 가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자신을 누이라고 따르던 동생에게는 죽음으로 내몬 매정한 선택이었다. 은의 최후를 떠올리며 강한나는 마치 연화가 환생해 사과하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며 마음 아파했다.
"은이는 정말 아끼는 동생이고, 귀여워하는 애인데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연화의 입장에서는 가문과 생존을 위해 내린 결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대본에서 보면서 은이와 순덕이가 죽는 장면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제 딴에는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어떻게 해서든 표현하고 싶었는데, 피할 방도가 없이 연화 잘못이네요. 저도 마음 아팠답니다."
강한나가 표현한 악녀는 권력을 탐하는 단순한 악녀가 아니었다. 캐릭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에는 배우가 얼마나 그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느냐도 중요한 열쇠. 강한나 표 고려 악녀는 그 걱정과 달리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캐릭터였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밉게만 봐주시면 어떡하지' 걱정한 게 사실이었죠. 후반부로 갈수록 연화를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초반부터 관심 가져주시면서 애정있게 캐릭터를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저희 언니가 그 반응을 캡처해서 보내주고 했는데 저도 그런 반응을 들어본 건 처음이라 다 저장해놨답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