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플릿'(감독 최국희)은 도박 볼링을 소재로 한 영화다. 그러나 그 안에 담고 있는 굵직한 메세지는 루저들의 따뜻한 성장기. 결국 사랑으로 귀결된다. 베일을 벗은 '스플릿'을 본 느낌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연기 스트라이커들이 한데 모여 쫄깃한 게임을 했고 이를 보니 시원한 퍼펙트 게임 한판같다.
영화 '스플릿'은 과거 볼링계의 전설이라 불리며 이름을 날리던 철종(유지태 분)을 중심으로 한다. 철종은 불운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낮에는 가짜석유 판매원, 밤에는 도박볼링판에서 선수로 뛰며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 그에겐 여자친구가 있는데 어딘가 모르게 허당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생계형 브로커 희진(이정현 분)이다.
그러던 어느날, 철종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지만 볼링만큼은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영훈(이다윗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이후 영훈을 자신의 파트너로 끌어들인 철종은 인생의 앙숙이자 자신의 고용주 냉혈한 두꺼비(정성화 분)과 한판승부를 벌이며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
'스플릿'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주연배우 유지태 이정현 이다윗 정성화가 기존 필모그래피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꾀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전혀 이질감이 없다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웬만한 연기력 내공이 없어서는 불가능한 일.
기존의 젠틀하고 매너있는 이미지를 고수했던 유지태는 실없는 밑바닥 인생 철종으로 분해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난다. 이정현 또한 마찬가지. 도박판 브로커이자 철종의 여자친구로 분해 사연도 많고 비밀도 많지만, 이를 숨기고자 애써 가벼운 척 하는 희진으로 변화무쌍한 연기를 보여준다.
가장 놀라운 것은 이다윗이다. 자폐를 가졌지만, 천재적인 볼링능력을 가진 영훈으로 분한 이다윗은 '숨 쉬는것 하나도 굉장히 어려웠다'고 말했지만, '순정' '군도-민란의 시대' '더 테러라이브' 등에서 봤던 그를 생각했다면 '스플릿'을 통해 영훈으로 분한 이다윗을 보고 그의 넓고 깊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해 색다른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영화는 배우 또한 익숙한 배우를, 낯설게 만들어 내 색다른 긴장감, 거기에 만족감까지 더했다.영화는 러닝타임 121분, 15세 이상 관람가, 11월 10일 개봉이다. /sjy040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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