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A4의 멤버 혹은 배우 등 진영을 수식하는 단어는 여러 가지다. 그럼에도 이를 단 한 마디로 줄인다면 ‘끼쟁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작사·작곡, 노래에 이어 연기까지 그 어려운 것들을 매번 해내는 진영의 끼가 앞으로에 대한 더 큰 가능성을 열었다.
진영은 최근 종영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세자 이영(박보검 분)의 벗이자 조선 최고 세력가 김헌(천호진 분)의 하나뿐인 외손자 김윤성 역을 맡아 활약을 펼쳤다. 여느 아이돌 출신이 그러하듯 진영 역시 캐스팅 단계부터 연기력에 대한 우려를 피하지 못했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되자 그를 향한 우려나 평가절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듯이 첫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사극톤은 물론, 한복까지 찰떡 같이 소화하며 전혀 어색함 없이 윤성 역을 소화한 덕분. 특히 마지막회 사랑하는 여인 라온(김유정 분)을 지키다 죽는 눈물겨운 순애보는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장렬한 마지막을 맞은 바 있다.
”사실 첫 사극이라 엄청 부담스러웠다. 어쨌든 사극은 처음이고 워낙 어렵기로 유명한 장르인데다가 말투 자체도 다르지 않냐. 그러다 보니까 솔직히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처음에 사극조를 많이 사용하려고 했는데 내가 하면서 어색해하니까 감독님이랑 리딩할 때 사극조를 빼기로 했다. 어차피 그 당시 사람들도 말하는 건 똑같았을 거 아니냐(웃음).“
이렇듯 첫 사극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는 만큼 진영은 ‘구르미 그린 달빛’에 몇 배의 노력을 기울였다. 캐릭터의 성격 변화에 맞게 변화하는 의상에 대해 제작진과 직접 상의하기도 했고, 특히 액션신이 많은 윤성 역을 위해 드라마 시작 전부터 액션 스쿨에 발도장을 찍은 것.
“시간 날 때마다 액션 연습하러 다녔어요. 사실 비올 때 우산으로 왈패들이랑 싸우는 신이 있었는데, 윤성이가 처음 분량이 너무 많다고 전체적으로 통편집 됐다. 정말 힘들게 찍은 신이라 너무 아쉬웠다. 그 신이 안 나오고 갑자기 검을 쓰기 시작하는데, 나는 우산 액션신만 연습했던 상태라 촬영 당일날 가서 합을 짜서 그날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다. ‘모르겠다. 그냥 해보자’ 식으로 했는데 그래도 재밌었다. 물론 전날에는 너무 떨렸고, 당일에도 검도 안 써보고 우산밖에 못 쓰니까 자신이 없었는데 그냥 다 내려놓고 하니까 더 잘 되는 거 같았다.”
진영의 활약은 드라마 외적인 부분까지 이어졌다. 본업을 살려 OST 작업에 참여, 홍라온의 테마곡인 ‘안갯길’ 프로듀싱에 나선 것. ‘안갯길’은 이영을 향한 홍라온의 애틋한 마음을 표현한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극중 윤성이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에도 삽입되며 몰입을 높였다.
“원래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게 내가 나오는 드라마의 OST를 직접 쓰는 거였다. 내 곡이 좋다기보다, 드라마에 음악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드라마에 내 곡이 삽입되는 느낌이 어떨지 궁금했다. 이번에 기회가 좋게 내가 쓴 곡이 삽입됐고 윤성이 죽는 신에서도 나오더라. 약간 아련하기도 하고 느낌이 이상했다. 사실 처음에 모니터 할 때는 내 노래 듣느라 정신 팔려서 모니터 할 때 연기가 안 보이더라.”
특히 진영보다 앞선 인터뷰를 통해 “차기작은 음악과 관련된 작품도 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던 박보검과는 촬영 현장에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친해졌다는 후문. 진영은 머지않아 박보검과 B1A4 앨범을 통해 협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며 팬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들기도 했다.
“보검이가 가수를 하려고 하기도 했고 피아노를 진짜 오래 쳐서 노래를 진짜 좋아한다. 음악 얘기만 하면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내가 휴대폰으로 작곡할 수 있는 어플을 알려줬더니 너무 재밌어 하는 걸 보니까 보검이도 곧 작곡에 취미를 가지게 될 것 같다. 나중에 기회 되면 우리 앨범에 피아노 치면서 같이 노래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보검이가 피아노를 10년 넘게 굉장히 오래 쳐서 워낙 잘 치니까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
음악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제대로 잡은 진영의 행보가 더욱 기특한 것은 아이돌 출신들에게 향하는 편견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한 케이스이기 때문. 심지어 그를 아이돌 출신이 아닌 신인 배우로 아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붙는 것 같다. 노력해서 그 말은 안 듣게끔 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 않기는 하다. 많은 분들이 아이돌로 보기 때문에 부담이 많기는 한데, 방법은 열심히 노력해서 조금이라도 더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더 노력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건 없는 것 같다. 사실 연기랑 노래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노래는 가사가 있고 연기는 대사가 있는데 그걸 표현하는 방식만 좀 다른 것 같다. 노래에는 음이 있고 연기는 음 없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지 않냐. 그래서 노래 잘 하시는 분들이 연기를 해도 잘 하는 것 같다. 워낙 감정 자체가 좋은 거니까. 감독님들도 노래 진짜 잘 하는 사람들은 연기도 시키면 잘 한다고 하더라.”
진영은 이제 본업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B1A4 완전체 컴백 준비에 나선다. 하지만 배우로서 진영을 보지 못한다고 아쉬워하기에는 이르다. “덜 자고 시간을 쪼개 쓰면 된다”라고 말할 정도로 음악과 연기 모두 놓치지 않는 열정을 지닌 진영에게는 여전히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로코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짝사랑은 제발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거의 다 짝사랑이었거든요. 그래서 한 번 정도는 이뤄지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고 나중에는 전쟁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막 총 쏘고 힘들겠지만 막상 나오면 뿌듯하고 되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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