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드라마가 또 있을까.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극본 오지영, 연출 이상엽)는 악역마저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동화 같은 드라마다. 삶에 지쳐 웃을 일이 없는 요즘 현대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힐링’의 힘. 이것이 ‘쇼핑왕 루이’를 최하위에서 1위까지 끌어올린 역주행의 원동력이다.
#. 든든한 백수형, 조인성(오대환 분)
루이(서인국 분)와 고복실(남지현 분)은 서울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순수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루이는 화초처럼 보호를 받으면서 자란 재벌3세이기 때문이고, 복실은 강원도 산골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생활을 해서다. 이에 서울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이 필요했던 바. 이를 인성이 담당했다. 인성은 특히 너무나도 순수한 루이와 콤비네이션을 이루며 독특한 브로맨스(브라더+로맨스)를 펼쳤다. 여기에 인성의 모친 황금자(황영희 분)까지 가세, 뭉실커플의 조력자로 활약했다. 이 모자는 그야말로 작품의 감초였다.
#. 신스틸러 집사커플, 허정란(김선영 분)♥김호준(엄효섭 분)
집사커플은 뭉실커플과 색다른 로맨스로 눈길을 끌었다. 정란과 호준은 각각 최일순(김영옥 분)과 루이의 집사로 활약하면서 그들과 독특한 케미를 뽐냈다. 그러나 빛을 발한 장면은 두 사람이 맞붙는 장면. 초반에는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음이 통하면서 격정적인 키스신으로 시청자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는 집사커플이 됐다. 통통 튀는 만화 같은 ‘쇼핑왕 루이’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 이 시대 최고의 중원맘, 신영애(김보연 분)
중원의 모친 영애는 독특한 요리 철학을 가진 감초 캐릭터다. 모든 음식에 매실액기스를 넣어 중원과 그의 부친 차수일(남명렬 분)을 당황케 하는 것은 물론, 몸에 좋은 음식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먹이려고 하는 것도 그렇다. 여기에 중원과 남다른 사이로 보이는 복실 앞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자연 재료에 익숙한 복실에게 완전히 반해 그녀를 ‘고장금’이자 한의사로 키우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 재미있는 포인트다.
#. 1% 모자란 악역, 백선구(김규철 분)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쇼핑왕 루이’의 최대 강점. 그렇다고 해서 갈등이 없는 것은 또 아니다. 극적인 전개가 되려면 늘 갈등은 필요한 법이니까. 그중 가장 악행을 펼치고 있는 이는 백마리(임세미 분)의 아버지 선구. 황금그룹이 탐이 나 루이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면서도 어딘가 치밀하지 않은 모습이 ‘쇼핑왕 루이’ 드라마 색깔을 나타내고 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루이에게 용서를 빌 선구의 권선징악 결말을 기대하게 한다.
이밖에 골드라인 기획팀 과장으로 분한 경국은 초반 차중원(윤상현 분)의 욕받이로 짠한 직장인의 모습을 보여줬고,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로 등장하는 남준혁(강지섭 분) 형사도 다양한 캐릭터들과 맞물리면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단 한 명의 조연도 사랑스럽지 않은 이가 없는 ‘쇼핑왕 루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MBC 제공, '쇼핑왕 루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