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가 오는 9일 500회를 맞이한다. 2007년 5월 30일 ‘황금어장’의 한 ‘짜투리 코너’로 출발해 지상파 토크쇼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라디오스타’의 역사는 참 ‘드라마틱’했다.
‘라디오스타’는 강호동이 이끄는 ‘무릎팍도사’가 시청률 30%를 넘볼 때 5분 편성 굴욕을 당하기도 했던 프로그램. 김구라를 필두로 김국진, 윤종신, 신정환 등 4명의 MC들이 독한 질문을 하며 출연자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토크쇼였다. 많은 스타들이 출연을 꺼리거나, 출연 후 MC들과의 말싸움에 너덜너덜해진 모습을 보는 일이 많았던 프로그램. 스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구성인 까닭에 재미가 높았다.
‘무릎팍도사’ 잠정 중단과 폐지 후 ‘라디오스타’로 단독 편성을 받으며 그간의 ‘짜투리 코너’라는 인식을 날려버렸다. 숱한 토크쇼가 사라질 때 ‘라디오스타’는 무려 9년을 버텼고 500회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화제를 일으키려면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방송가에 널리 퍼질 만큼 지상파 토크쇼의 동반 몰락 속 여전한 화력을 자랑하는 중이다. 다수의 게스트들이 출연하는 가운데 매회 한 명의 반짝반짝 빛나는 입담가가 나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장기다. ‘라디오스타’가 발굴한 예능 보석은 현재 다른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신정환의 하차 후 현재 막내 MC인 규현까지 깐족과 독설로 대변되는 MC들의 날선 질문들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어디서도 질문하지 못할 예민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대놓고 물어보는 분위기는 이 토크쇼만의 매력이다.
이 프로그램의 상징인 김구라는 초반 독한 질문들만 쏟아내며 논란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유연한 진행으로 수위 조절에 탁월한 모습이다. 적당히 게스트의 마음을 다독이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김국진, 깐족거리는 질문의 대명사인 윤종신, 이제는 진행 선수가 된 규현까지 네 명과 함께라면 사생활이 털리지 않을 스타들이 없다. 더욱이 네 명의 MC들은 적당히 스타들의 반격에 당하기도 하면서 시청자들이 행여나 불편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독한 토크쇼를 이끄는 막강한 MC 군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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