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져야 산다."
조정석과 서인국, 두 남자가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망가진 모습으로 작품을 살리고 있다. 각각 유방암에 걸린 남자와 기억상실증에 걸린 재벌2세로 분한 이들의 작품을 위한 고군분투가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시청률 상승에도 일조한 것.
먼저 조정석은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마초 기자 출신의 앵커 이화신 역을 맡아 출연 중이다. 비교적 장난기 넘치고 로맨틱한 이미지로 어필했던 전작들보다 무게잡고 박력 넘치는 인물이지만, 보고 있자면 어딘가 허당미 넘치는 매력이 느껴진다.
특히 유방암에 걸린 탓에 여성용 보정 속옷을 입고 모친에게 들켜 등짝을 맞거나 공효진을 사이에 두고 친구 고경표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등 '짠내'나는 상황에서도 폭소를 자아내는 특급 코믹 연기가 그의 주특기다. 이 상황에서도 정작 본인은 진지한 모습으로 매사 포커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 킬링파트.
조정석의 온몸을 내던진 '하드캐리'에 '질투의 화신' 역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수목극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첫 회 시청률 7.3%에서 현재는 10%대를 넘나드는 시청률로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중.
하지만 이러한 조정석의 아성에 도전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MBC '쇼핑왕 루이'의 꽃거지 서인국이다. 서인국은 극중 쇼핑에 일가견이 있는 황금그룹의 유일한 상속자 루이 역을 맡았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흔한 재벌 캐릭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서인국의 루이는 약간 달랐다.
루이는 사고로 기억을 잃고 우연히 만난 고복실(남지현 분)에게 얹혀 살게 됐다. 재벌이라고는 하지만 온실 속 화초로 살았던 그는 복실 앞에서는 어린 아이와도 같았다. 정신없이 토스트를 해치우거나 복실만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대형견'을 연상케했다.
웃기다가도 설레게 만드는 서인국의 활약 덕분에 '쇼핑왕 루이'는 '질투의 화신'을 맹추격, 10회에서는 공동 1위를 따내더니 마침내 바로 다음 방송인 11회에서 전국 기준 10.5%(닐슨코리아)를 돌파하며 '질투의 화신'을 꺾었다.
이처럼 진짜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수목극 투톱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드라마의 주역, 조정석과 서인국 덕분에 안방극장의 시청자들 역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10일 마지막 경쟁 역시 함께 하게될 '질투의 화신'과 '쇼핑왕 루이' 중 승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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