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로코’하고 ‘멜로멜로’한 주상욱은 진리였다. 다소 코믹한 연기부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짙은 감성의 로맨스까지 ‘판타스틱’은 주상욱의 다양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 실제로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이지만, 극중 캐릭터로서 ‘발연기’를 펼치는 부분은 특히 큰 웃음을 줬다.
주상욱은 지난 달 22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극본 이성은, 연출 조남국)에서 치명적 매력을 갖췄지만 연기력을 갖추지 못해 우주대스타 ‘발카프리오’라고 불리는 류해성 역을 연기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종영 소감과 비화를 밝혔다.
다음은 주상욱과 나눈 일문일답.
-호평 속에 종영한 소감이 궁금하다.
▲아쉬움이 굉장히 많이 남는다. 16부작이 짧다고 느껴질 정도다. 배우들도 다들 아쉬워하더라. 등장인물이 많았지만 캐릭터가 다 살아있어서 그 캐릭터 하나하나 놓치기 어려운 거다. ‘나 정말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런 마음이었는데, 배우들도 나와 같이 더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일 거다.
-‘로코여신’ 김현주와 호흡은 어땠나.
▲로맨틱코미디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하지 않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 현주누나와의 호흡은 굉장히 잘 맞았다. 일단 누나가 연기를 정말 잘하신다. 잘하는 분과 할 때 시너지 효과가 더 생기는데, 많이 배우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로코로코’한 장면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도 살짝 있다.
-남자 배우들과의 ‘브로맨스’도 그만큼 눈에 띄었는데.
▲(조)재윤이 형이랑은 뒤로 갈수록 대본도 대본이지만 수많은 애드리브가 있었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재밌게 하자고 하다보니까 더 재밌는 장면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 아무래도 지수는 신인이라 긴장한 모습을 많이 보였는데, 저희가 하도 그러니까 나중에 같이 그러더라. (김)태훈이 형도 원래 차분한 편인데, 다 같이 노는 분위기가 됐다.
-제일 막내인 지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사실 서강준이나 최우식도 처음 연기할 때 같이 했는데, 너무 잘생겼고 나이도 부럽고 ‘넌 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금 너무나 잘 된 배우들이 많은데, 지수도 그렇다. 나이도 어리고 분명 잘 될 것 같다. 이 친구는 연기를 대하는 마인드 자체가 잘될 수밖에 없다. 굉장히 진지하게 모든 상황에 임한다.
-현장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나보다.
▲기본적으로 저희 감독님 마인드 자체가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잠을 못자면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신다. 사람이 4시간은 자야 다음 날에도 촬영할 수 있다고 항상 그 정도는 쉬게 해주시고 일주일에 하루는 꼭 쉬었다. 덕분에 너무 피곤하고 지쳐있는 모습보다는 활기차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감정신도 많았지만 재밌게 웃는 신도 많아서 재밌게 촬영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나.
▲전 정말 신기한 게 저희 드라마 전출연진이 그 흔한 대사 NG도 안 났다. 지독한 사람들! NG를 한 번도 안 내더라.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 대사가 그렇게 길고 신이 많아도 NG가 없다. 그래서 저도 ‘나만 NG날 수 없다’며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김)태훈이 형 같은 경우는 보통 리허설 할 때 대본을 보면서 하지 않나. 그런데 형은 긴 대사가 많았음에도 머릿속에 다 있더라. 대사 NG를 한 번도 안 냈다. 그래서 제가 막 박수치니까 쑥스러워서 그 다음부터는 NG를 내더라.(웃음)
-‘발연기’를 연기한다는 것 어렵지 않았나.
▲처음 대본을 받고 연구할 때 저희 스타일리스트 스태프들에게 시켜봤더니 잘하더라. 이게 바로 ‘발연기구나’ 생각했다. 그 친구들처럼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어색하지 않게 발연기라고 받아들일까 고민이 많았다. 아무래도 신선한 충격이자 경험이었다. 제 나름대로 분석한 결과 대본과는 다른 감정을 하는 것이 발연기가 아닐까. 우는 연기보다 발연기가 더 어려운 것 같다.
-‘실장님 전문배우’라는 수식어가 있었는데, 벗어나고 싶은가.
▲아무래도 그러려고 한다. 그래도 똑같은 ‘실장님’ 역할이어도 분명히 내가 작품마다 그 캐릭터에 맞춰 연기를 잘했으면 아마 그런 이야기를 안 듣지 않았을까 생각도 한다. 많이 부족했고, 지금 만약 똑같이 실장님 연기하라고 하면 지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실장님’ 역할이 들어온다면?
▲만약 작품이 좋고 내가 한 번 살릴 수 있는 실장님이면 최선을 다해서 살릴 것 같다. 옛날에는 한 가지만 봤다. 소위 실장님이라고 부르는 건 직함이라기보다는 정형화된 키다리아저씨 같은 캐릭터가 아닌가.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실장님이 실장님인데, 그게 실장님인 줄 알고 그렇게 열심히 했다. 나만의 실장님을 만들어냈어야 했는데. 그래도 그 수식어는 나쁘지 않았다.
-극중 ‘사랑꾼’ 캐릭터인데, 실제로도 그런가.
▲쑥스럽다. 내가 사랑꾼인가? 잘 모르겠다. 이런 건 상대방이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결혼 계획은 없나.
▲당장 결혼 계획은 없다. 어렸을 땐 삶의 계획도 많이 세웠는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점점 사라지더라. 예전엔 한 살 한 살 쫓겨서 살았는데, 이제는 조금은 여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앞으로 예능 출연은 없나.
▲‘남자의 자격’이 종영한지 오래됐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그 이후로 많은 예능 섭외와 기회가 있었고, 예능에 대한 욕심도 아직 있긴 있다. 시기가 언제 될지 모르겠지만 예능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항상 마음의 준비는 돼 있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 besodam@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