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릴 법 한데, 질리지 않는다. 조각 같이 잘생긴 외모인데 2% 부족한 허접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이 인간미 넘치는 인물을 연기하는 ‘찌질남’ 윤상현이 참 멋있고 귀엽기까지 하다. ‘쇼핑왕루이’의 성공에는 키다리 아저씨가 지질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윤상현이 있어 가능했다.
윤상현은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루이’에서 산골에서 올라온 순박한 고복실(남지현 분)의 키다리 아저씨인 차중원을 연기한다. 멋있고 일 잘하는 상사인데, 복실 앞에서는 굴욕을 당하는 일이 많다. 복실은 처음부터 루이(서인국 분)만 챙겼고 중원은 고마운 상사일뿐이다. 그래서 중원은 복실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루이와 복실 사이를 불편해하지만 훼방을 놓지는 않는다. 다만 루이에게 귀여운 복수를 할뿐이다.
선한 키다리 아저씨인데 흔히 말하는 지질한 구석이 많다. 복실 앞에서는 촐싹 맞고 어느새 복실과 루이 사이를 이어주는 오작교 역할까지 하면서 투덜댄다. 점점 화려해지는, 어딘지 모르게 촌스럽기까지 한 옷차림은 ‘찌질남’의 정석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멋들어지게 루이에게 복실을 보내주지는 못하는 남자, 그래서 불평을 쏟아내도 두 사람 사이를 억지로 갈라놓거나 악행을 꾸미지 않아 호감을 산다. 지질해서 더 귀엽고 지질해서 멋있는 키다리 아저씨 중원은 ‘쇼핑왕루이’에서 주인공인 루이 못지않게 멋있다.
물론 이 역할을 참 맛깔스럽게 성공시킨 윤상현의 연기가 큰 역할을 했다. 가볍지 않게, 그러면서도 지겹지 않게 적절히 코믹 요소를 집어넣어 연기를 펼쳤다. 윤상현은 데뷔 초부터 일본의 미남 배우 기무라 타쿠야와 흡사한 외모라고 이야기를 들을만큼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이었다. 진중한 역할을 많이 하던 이 배우는 ‘겨울새’에서 처음 ‘찌질남’을 연기한 후 코믹 요소가 들어간 역할을 맡을 때마다 안방극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완벽한 얼굴이 망가지니 친근하게 다가왔고, 그의 차진 들뜬 목소리와 표정 연기가 코믹 장치의 재미를 확 높였다.
이번에 ‘쇼핑왕루이’에서도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따뜻한 로맨스에 감칠맛 난는 코믹 로맨스를 추가해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윤상현이 연기하는 키다리 아저씨와 ‘찌질남’이 합체된 중원에 대한 호감도가 높았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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