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이목구비에 훤칠한 키, 따뜻한 목소리. 윤선우는 '달의 연인'에서 권력을 위해 형제도 배신한 왕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훈훈한 인상을 안겼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 역시 진중함 그 자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자주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지만, 이미 연극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동하며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닦아가고 있는 유망주였다.
윤선우는 지난 1일 종영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형제도, 신의도 모두 배신한 9황자 왕원을 연기했다. 그는 자신이 구해준 시녀인 채령(진기주 분)이 친언니같았던 해수(이지은 분)를 배신하도록 종용했고, 형제들을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회에서 반란을 꾀하다 사약을 마시며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그는 해수를 '애첩'이라 부르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해수는 채령이 죽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아하는 왕원에게 분노했었다. 이에 대해 윤선우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해수에게 속내를 들키기 싫었고,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서투르고 속내를 숨기는 것이 익숙하다 보니까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점에서는 일관성이 있는 캐릭터"라며 "그 전까지는 욕심이 없었는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모두들 옆에서 부추기니까 역모를 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왕원의 속내나 행동의 당위성에 대한 서브 텍스트가 화면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텍스트 상으로 일관성 있게 연기를 하고, 권력에 붙는 사람이라고만 치부하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보면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획일적이게 된다. 그래서 한쪽 면만 보이는 것은 피하고 싶어서 만들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나쁜 짓을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것을 알고 있을테니, 미움을 사더라도 밉지 않게 하려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좀 더 이 태릭터를 사랑스럽게 보이게 하려 노력을 많이 했다."
또 그는 "채령이 죽을 때 회상으로, 왕원 죽을 때 회상으로 '이랬었어'라는 식의 설명만 더해지다 보니 시청자들에게 이해를 하라고 강요하는 듯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9황자 왕원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는 그는 "실제 성격과 캐릭터가 달라서 생각을 많이 했다. 말이 느리고 저음이라 톤을 다운시킬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가벼운 느낌의 에너지를 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능글맞은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애드리브를 많이 했었다고.
그는 "초반엔 80% 이상이 애드리브였다. 애드리브를 5~6가지 정도 준비해서 첫 촬영에 들어갔는데 감독님이 정말 좋아하셨다. 사실 처음엔 왕원이 코믹하거나 능글맞지 않았다. 날카로운 캐릭터였는데 코믹한 부분을 만들어서 보여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 그래서 계속 준비를 했는데 하나둘씩 안 된다고 하시더라. 현장의 환경에 따라 안 맞는 것이 많다 보니 갈수록 고민이 생기더라. 그 다음부터는 현장에서 새로운 것을 많이 찾으려고 했다. 생동감이나 순발력을 많이 배웠다"고 '달의 연인'을 통해 새롭게 배운 것이 정말 많다고 고백했다.
"저에겐 즐거움이었다. 새로운 캐릭터였고 이런 호흡과 템포로 계속 연기를 하는 것이 재미있고 즐거운 작업이었다. 촬영 후 현장을 돌아보거나 모니터를 하면 아직도 부족함이 많지만 배운 것이 있고 큰 경험이 됐다. 나중에 좋은 재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선우는 과거 극단을 만들어 이끌고 최근까지도 연극 무대에 서며 고전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고 인간과 삶에 대해 모색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연극 작품을 하나씩 끝마칠 때마다 얻는 것이 많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드라마, 영화, 연극 모두를 병행하면서 인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제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은 '미생'이나 '응답하라' 속 캐릭터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면 좋지 않을까 싶다. 평범한 사람을 저만의 개성으로 만들면 참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parkjy@osen.co.kr
[사진]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