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더라도 한예리의 캔디남은 이서진이다. 그래도 굳이 제작진은 뿌옇게 화면을 가리고, 얼굴을 화면 밖에 두어, 시청자에게 모른척 해주길 바랐다.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3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 '내귀에 캔디'에서는 한예리가 자신의 캔디남 '오빠오빠'와 첫 통화를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한예리의 통화명은 '고구마'였고, 그 이유로 고구마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에 '오빠오빠'는 "난 그런 거 진짜 싫어한다"며 "고구마 캐고, 감자 캐고, 이런 거 싫어한다. 농사 짓는 거 진짜 싫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이서진을 연상케 했다. tvN '삼시세끼'로 늘 나영석에게 불평하는 모습과 비슷해 시청자의 추측에 한층 힘을 실었다. 이미 특유의 목소리로 인해 이서진이라는 추측이 쏟아지던 때였다.
이어진 통화에서 그는 '나는 이서진이다'라는 듯 쐐기를 박는듯 했다.
혼자 밥을 먹으려는 한예리에게 "혼자 하지마! 나처럼 돼. 궁상 맞아",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이 프로가 좋은 게 아니다"고 했다. 한예리에게 이어폰을 주지 않으려는 피디에게 발끈하며 "그 피디 이름이 뭐야!", "원래 tvN 애들이 질이 안 좋다", "tvN을 정말 싫어한다. 어떻게든 망하게 하려고 나왔다"는 말로 평소 나영석 PD와 투닥거리는 이서진을 떠올리게 했다.
신선함은 있었다. 늘 같은 포맷이 반복되는 것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것 같다는 일부의 우려가 씻겨나가는 순간이었다. 특히 '오빠오빠'로 예상되는 이서진 역시 상대 한예리의 정체를 모른 채 진행되어, 양쪽이 모두 캔디남녀처럼 느껴지는 구성이 재미를 더했다.
앞서 이와 관련해 '내귀에 캔디' 유학찬 PD는 "그동안의 방송에서는 캔디가 출연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이번 한예리의 통화는 양쪽 다 익명으로 진행돼 캔디도 한예리의 정체를 모른다"고 기대를 당부한 바 있다.
알면서 모른척 속아주는 것은 은근히 꿀맛이었다. 누가 봐도 tvN을 대놓고 저격하는 '투덜이' 이서진이 얼굴을 가리고 착한 척 않고 불평과 불만을 한가득 쏟아내는 것도 빅재미였다. '내귀에 캔디'의 '오빠오빠'의 투입은 적절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공명이 익명의 캔디 '구데렐라'와 달콤한 대화를 주고 받았고, 전소민은 캔디 '달빛 사냥꾼'과 진심을 털어놓은 대화로 서로 설레어 했다. 프로그램 말미 드러난 '달빛 사냥꾼'은 이정진이었다. / gato@osen.co.kr
[사진] '내귀에 캔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