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진이 몹시도 티나는 목소리로, '내귀에 캔디'에 신선한 재미를 더했다. 예능에는 맞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투덜거리는 모습이 왠지 은근히 잘 어울리는 그다.
그가 "망한다"고 호언장담했던 tvN '삼시세끼'는 벌써 6번째 시즌에 접어들었다. 이서진은 심지어 직접 배를 운전하고 있고, 정선에서 수수를 베던 그는 득량도에서 에릭, 윤균상과 새로운 '세끼하우스'에 살림을 꾸렸다.
이서진은 사실 아직 정체가 공개 안됐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 그가 말하는 모든 것들을 조합해보면 -아니 사실은 그냥 한컷만 보더라도- 그는 분명 이서진이 분명했다. 이서진은 이곳에서도 "tvN을 정말 싫어한다. 어떻게든 망하게 하려 나왔다"고 투덜댔다. '삼시세끼'에서 늘 보던 그의 모습이다.
PD에게 거침없는 점 역시 동일했다. 나영석 PD에게 툴툴대는 버릇은, '내귀에 캔디'에서도 변함없었다. 그는 자신과 통화를 하는 한예리에게 이어폰을 주지 않는 보이지 않는 PD를 향해 "그 피디 이름이 뭐야!"를 외쳤다. 이어 "원래 tvN 애들이 질이 안 좋다"고 투덜대는 장면은, 나영석 PD를 대하는 이서진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분명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였다. 이를 유학찬 PD는 "그동안의 방송에서 캔디가 출연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이번 한예리의 통화는 양쪽 다 익명으로 진행돼 캔디도 한예리의 정체를 모른다"고 귀띔한 바 있다. 하지만 시청자는 이미 두 사람의 정체를 다 알게 됐다.
이는 변화다. 동일한 포맷이 반복되어 조금은 식상하게 될 뻔 했던 '내귀에 캔디'를 덮친 기분 좋은 변화. "망하게 하겠다"는 이서진의 저주가 또 한 번 프로그램을 흥행하게 할 수 있을까. 그게 아니라면, 이서진이 도착한 서촌에서 한예리가 아닌 '꽃보다 할배' H4 할배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이서진의 손을 잡고 해외로 훌쩍 여행을 떠나버리는 상상도 해본다. 괴로워하는 이서진을 나영석 PD가 미소지으며 바라보면서. / gato@osen.co.kr
[사진] '내귀에 캔디'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