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화신’은 그저 드라마로 볼 드라마가 아닌 듯하다. 극 중 캐릭터가 아픈 설정을 러브라인을 위한 장치로 사용한 것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실제 여러 남성들이 유방암으로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며 남성 유방암 환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 22회분에서는 회사 내에 나리(공효진 분)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나운서 정직원 전환에 어려운 상황이 됐고, 결국 화신(조정석 분)이 이를 TV를 통해 고백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화신이 유방암 치료로 완쾌했고 나리에게 달달한 프러포즈까지 하며 두 사람에게 이제 꽃길만 남은 듯했다. 하지만 21회 방송에서 화신이 불임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나리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려고 했던 꿈을 이룰 수 없는 상황에 크게 절망하며 오열했다.
시청자들은 화신이 불임일지언정 이는 나리와 화신의 사랑에 큰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리는 오랜 시간 화신을 짝사랑하다 화신과 드디어 연애를 시작했고 역술가가 “요즘 이런 여자 없다”라고 했을 정도로 나리는 그 어떤 것보다 화신과의 사랑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
그런데 나리가 유방암이라는 소문이 돌아 곤란하게 된 상황이 벌어지면서 화신의 유방암에 대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나리는 남자보다 여자가 유방암인 게 훨씬 낫다면서 화신이 자신이 유방암이라고 밝혔을 때의 주변 시선을 걱정했다.
그렇게 ‘질투의 화신’은 남성 유방암 환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그렸다. 이날 방송 초반에도 화신이 불임 진단을 받고 진료실을 나왔을 때 여성 환자들의 시선이 모두 화신에게 쏠려있고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걸 보면 말이다.
회사 직원들은 나리에게 유방암을 걱정했고 결국 화신은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에서 ‘남성의 유방암’을 밀착취재하면서 자신이 유방암이라는 걸 밝히기로 했다. 화신이 리포팅을 한 내용은 드라마적으로도 슬펐지만 실제 남성 유방암 환자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 시청자들은 더욱 몰입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남성들이 아내 또는 여자친구 이름으로 대신 치료를 받고 아니면 아내, 여자친구가 없는 환자들은 유방암을 초기에 알았다고 해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말기가 돼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유방암 환자라고 밝히면서 “우린 암 환자일 뿐 그저 남자다. 남성성에 대한 편견으로 이중적인 고통을 받지 않도록. 소수도 행복한 나라가 우리나라였으면 좋겠다”라며 눈물을 보였다.
남성 유방암이라는 소재를 단순히 러브라인, 극의 반전을 위한 장치로 사용하기보다 실제 남성 유방암 환자들의 상황을 전달하고 더 나아가 편견을 깨기 시작했다. 조정석의 눈물은 그렇게 남성 유방암 환자들을 위로해줬다. /kangsj@osen.co.kr
[사진] SBS ‘질투의 화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