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하품이 나올 수도 있는 역사 이야기도 ‘무한도전’이 하면 달랐다. 그리고 수십억 원의 돈을 쏟아붓는 홍보보다 ‘무한도전’이 다루는 우리 민족의 발자취가 일으키는 파급력이 컸다. 그런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이번엔 힙합으로 역사를 건드린다.
‘무한도전’은 지난 3일 ‘위대한 유산’ 특집 촬영을 했다. 이 특집은 힙합으로 우리 역사를 노래한다는 구성이다. 개코, 도끼, 지코, 비와이, 송민호, 딘딘 등 인기 래퍼들이 역사를 주제로 힙합 노래를 만들고 있다. MBC에 따르면 이들에게 역사 강의를 하는 강사는 설민석이다. 아이돌 역사 특강 특집 때 한차례 맹활약했던 강사로, 재밌게 유익한 역사를 알려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특집은 노래가 완성되면 연말 혹은 연초에 방송된다. ‘무한도전’이 뭉클하면서도 강한 파급력을 만들었던 기존의 역사 특집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되고 동시에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힙합과 역사의 만남이라는 점은 기발한 발상이다. 요즘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인 힙합은 지루하지 않게 역사 교육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가사를 자연스럽게 따라부르다보면 역사를 외우게 되는 효과가 있다. 실력파 래퍼들이 설민석, 멤버들과 호흡을 맞춰 유익한 역사가 담긴 가사를 만들고, 이 가사로 노래를 만들어 안방극장에 흥미롭게 전달하는 일, 웬만한 역사 교과서와 정부 차원의 홍보가 하지 못할 큰 파급력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은 그동안 역사를 되새기는 특집으로 큰 여운을 남겼다. 아이돌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며 시청자들을 뜨끔하게 했던 아이돌 역사 특강은 물론이고 추격전을 섞었던 궁 특집, 서경덕 교수와 함께 한국 홍보 영상을 제작해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에 내걸었던 일들이 있었다. 또한 배달의 무도 특집에서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의 아픔과 진실을 다루며 뻔뻔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올해는 미국에 가서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하고 값진 역사의 한 순간을 기억하게 했다. 많이 배우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것을 고루하지 않게 깨우치게 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무한도전’이었다.
역사를 잘 몰랐던, 알고도 무심코 흘려보냈던 시청자들에게 반성의 시간과 뼈아픈 다짐을 하게 만드는 것 역시 이 프로그램이 역사 특집을 마련할 때마다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파장을 일으키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이번 힙합 특집은 좀 더 젊은 세대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역사 특집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