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를 응원하긴 또 처음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한 건 악녀를 연기하는 배우 송윤아의 '미친 연기력' 덕분이다.
송윤아는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극본 장혁린 연출 곽정환)에서 화면을 장악하는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보는 이들의 몰입을 도왔다.
이날 방송에서 송윤아가 연기하는 최유진은 무시무시한 연기력과 머리 회전으로 상황을 단숨에 역전시켰다. 이전 방송까지 최유진이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던 바. 최유진은 경찰서에까지 모습을 드러내는 수모를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최유진은 봉사활동 현장에서 쓰러졌고 경찰서 자진 출두 상황에서도 환자복을 입고 남편 장세준(조성하 분)의 부축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계략 싸움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경찰서 앞에 모인 취재진을 향해 "안나(임윤아 분)는 장세준의 친딸이다. 내가 가슴으로 품은 딸이다"라고 밝히며 모두를 놀라게 했고 장세준이 기자회견을 통해 최유진은 단번에 사랑하는 남편의 혼외자식을 가슴으로 품은 따뜻한 여자가 되어버렸다.
상황을 반전시킨 최유진은 자신을 향해 "빨리 쾌차하세요", "응원합니다"를 외치는 시민들 앞에서 최대한 안쓰러우면서도 감사한 표정으로 인사를 지었으나 병실에 들어오면 그의 눈빛은 싹 달라졌다.
안나에게 쏘아붙이는 장면에서는 송윤아의 미친 연기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최유진은 어머니 묘소 앞에서 울고 있는 안나를 찾아가 자신의 승리로 끝난 것에 대해 안나를 가소롭다는 바라보며 시종일관 말을 해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는 안나에게 그만 외국으로 떠나버리라는 말을, 그리고 싫다는 안나에게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섬뜩한 협박을 가했다. 심지어 김제하(지창욱 분)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협박까지 했다.
제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안나에게 제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내가 너보다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우월함까지도 느껴졌다. 그는 제하가 자신과 왜 손을 잡았는지, 제하가 왜 안나와 떠날 수 없는지 등을 이야기하며 안나를 찍어눌렀다.
사실 '더 케이투'에서 최유진은 악녀 중의 악녀임은 분명하다. 원하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자신의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진 않지만 계략을 세우고 함정을 만들 줄 아는, 머리가 비상한 여자임은 확실하다.
악녀 중의 악녀임에도 '더 케이투'를 바라보는 이들은 이상하게 악녀 최유진을 응원하게 된다. 이날 방송에서 최유진이 궁지에 몰렸다가 한번에 상황을 역전시키는 모습들은 이상하게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유는 뭘까. 최유진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송윤아의 연기력이 일등공신이다. 어마무시한 최유진을 송윤아는 어마무시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내며 보는 이들에게 짜릿함을 안기고, 그 짜릿함이 자신도 모르게 최유진을 응원하게 되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 trio88@osen.co.kr
[사진] '더케이투'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