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연기의 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배우 송윤아가 안방극장을 씹어먹는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을 매회 소름끼치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연기를 잘 하나, 감탄하다 보면 ‘더케이투’가 다음 회를 기약하며 마친다.
송윤아는 tvN 금토드라마 ‘더케이투’에서 사랑 때문에 집안도 등졌지만 결국 그 사랑에 치명타를 입은 여자 최유진을 연기한다. 유진은 대권주자인 장세준(조성하 분)에게 속아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지만 세준의 외도와 혼외자식을 알게 된 후 세준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이복동생에게 빼앗긴 회사를 되찾으려는 야망에 불타있다.
사람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는 악녀인데, 그 배경에는 아픈 상처와 공허한 사랑의 배신이 있어 동정심을 유발한다. 분명히 김제하(지창욱 분)와 고안나(윤아 분)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이 드라마의 악녀인데 어딘지 모르게 애처롭고 유진이 성공을 거두길 응원하게 되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펼쳐진다. 오히려 유진을 이용하고 배신한 세준이 진짜 악역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송윤아는 유진의 딱한 처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후벼파는 연기를 펼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이 우아하고 기품 있는 외모 속에 독기 가득한 인물을 집어넣으니 악역이 일으키는 파장이 더 거세다.
불쌍한 요소를 부각시키는 섬세한 표정 연기는 늘 압권이다. 특히 송윤아의 장점인 빼어난 발성은 유진의 감정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한다. 이 드라마는 매회 반전이 펼쳐지며 유진과 제하, 안나의 삼각 갈등이 몰아친다. 그래서 인물들의 감정을 읽어야 다소 자극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전개가 흥미롭게 느껴지는데 송윤아는 이야기의 개연성을 오롯이 책임지고 있다. 송윤아의 연기에 몰입해 전개의 허술함을 흘려보내게 되는 것. 예상 못한, 그리고 다소 헛웃음이 나올 수 있는 반전이 그럴 듯하게 포장돼 안방극장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더케이투’는 송윤아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상당히 큰 드라마다. 16부작인 이 드라마는 종영까지 단 3부만 남았다. 한치 앞을 볼 수 없고, 유진의 몰락이 이뤄져야 제하와 안나가 행복할 텐데 유진에게 감정 이입을 한 안방극장 분위기상 그 역시 바라지 않는 시청자들이 많은 아주 난감한 상황이다. 마지막까지 그야말로 안방극장을 씹어먹는 열연을 펼치고 있는 송윤아가 ‘더케이투’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더케이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