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화’가 종영한 가운데,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러브라인과 남자주인공의 서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 최정규)는 조선시대 감옥인 전옥서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다.
지금까지 ‘허준’, ‘대장금’, ‘동이’ 등 명작을 만들어냈던 이병훈 PD가 “새로운 걸 하고 싶어 작품을 기획했다”고 외치며 만든 작품이 바로 ‘옥중화’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스스로 ‘허준’과 ‘대장금’의 재탕이라는 평가를 내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던 바. 실제로 이 점에 있어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옥녀(진세연 분)의 성장스토리를 다루고, 서자로 태어나 왈패로 살아가던 윤태원(고수 분)과의 러브라인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초반 옥녀와 태원의 첫 만남부터 함께 인연을 맺어가는 서사가 비중 있게 담겼던 것과 달리 뒤로 갈수록 태원의 분량은 물론 러브라인의 끝맺음도 시원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아쉬움이다.
고수가 드라마에서 첫 사극에 도전한다는 점만으로도 관심을 모았을 만큼 태원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며 고수는 자신의 분량 안에서 열연을 펼쳤다. 태원의 고뇌를 제대로 전달하기엔 분명 친절하지 않은 전개였음에도, 연기력으로 채우는 힘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고수가 아니었다면 이미 태원의 캐릭터는 갈피를 잡지 못했을 정도.
특히 지난 6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태원이 자신의 아버지인 윤원형(정준호 분) 대신 정의를 택하는 슬픈 장면이 그려졌다. 고수는 눈빛만으로도 부자지간의 정과 정의 앞에서 고뇌하는 감정을 토로했다. 매달리는 원형과 이를 뿌리치는 태원, 부자의 마지막 장면은 시청자들을 울렸던 최고의 장면 중 하나.
50회 동안 복수에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 마지막 한 회에서 몰아치는 전개로 태원의 서사는 역시 끝까지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지만, 그 후 홀로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까지 고수는 한 장면 한 장면 감정을 농축해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1년 후로 시간이 흘렀고 옥녀는 옹주가 아닌 외지부(조선시대 변호사)로서 살아가는 모습으로 작품이 마무리됐다. 그 옆에서 태원도 자신을 외지부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은 함께 등장한 모습뿐 러브라인에 대한 그 어떤 설명도 없었다. 옥녀의 조선시대 직업 찾기의 결말은 결국 외지부였다는 것으로 끝나버린 허무한 결말.
영화 ‘덕혜옹주’ 속 이우 왕자로 분했던 고수는 특별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존재감을 펼쳤던 바. 그런 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전개가 마지막까지 크게 아쉬움에 남는다. / besodam@osen.co.kr
[사진] OSEN DB, '옥중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