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를 열고 닫은 한석규의 분량은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26년차 한석규라는 배우의 연기 내공은 반짝 반짝 빛이 났다.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석규가 있어 '낭만닥터 김사부'의 다음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한석규는 지난 7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에서 일반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까지 트리플 보드를 달성한 천재적 의술의 외과 의사이자 웬만해서는 절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 역을 맡았다. 김사부의 본명은 부용주.
극 초반엔 강동주(유연석 분), 말미에는 윤서정(서현진 분)과 운명에 가까운 인연을 형성하면서 앞으로 세 사람이 펼쳐낼 새로운 삶을 기대케 만들었다. 특히 강동주는 자신에게 '니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라는 큰 깨달음을 준 부용주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 같은 상황이 향후 전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큰 사고를 겪고 산에서 굴러 떨어진 윤서정을 구한 이 역시 공교롭게도 부용주, 즉 김사부였다. 그는 어둠 속에서 윤서정의 몸상태를 체크하면서 "죽갔구만"이라는 식의 혼잣말을 해댔고 결국 윤서정을 업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두 장면 모두 한석규는 전체 얼굴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목소리만큼은 명확했는데, 이는 곧 집중을 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고작 5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음에도 한석규는 극을 열고 닫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냈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힘이 된다는 말처럼, 한석규는 분량을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26년차 배우의 연기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느끼게 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의학 드라마에 도전하게 된 한석규가 보여줄 '진짜 의사'는 어떤 모습일지, 또 이는 앞으로 강동주와 윤서정에게 어떤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 궁금하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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