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난데없이 울음이 터져나왔다. 사연은 기구(?)했다. 어쩐지 우리네 옆집 이야기인 것 같아 현실감이 느껴졌다. tvN '막돼먹은 영애씨15'의 이야기다.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인 '막돼먹은 영애씨'는 노처녀 이영애를 중심으로 30대 미혼 여성의 일과 사랑, 평범한 소시민들의 일상을 10년째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시즌에는 마흔 살을 앞둔 이영애의 더욱 눈물겨운 삶을 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디자인 회사를 차려 호기롭게 제주도에 내려갔지만 사기를 당해 어쩔 수 없이 서울로 끌려온 그다.
7일 방송에서 영애의 식구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점심을 함께 먹으며 저녁 메뉴를 구상했다. 영애는 모처럼 아빠(송민형 분) 엄마(김정하 분), 동생 이영채(정다혜 분)와 그의 남편 김혁규(고세원 분)랑 같이 밥을 먹게 돼 좋았다.
갓김치가 맛있다며 식구들 모두 행복해했고 저녁에는 국수를 말아 먹자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모두가 하하호호 즐겁던 그 때, 엄마가 곡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식구들 모두 놀랄 수밖에.
이유를 묻는 말에 엄마는 "평일 대낮에 다 같이 모여서 밥 먹는 게 너무 슬퍼서. 내일 모레 마흔인 자식들이 평일 집구석에서 같이 점심 먹으면서 저녁 뭐 먹을지 궁리하는데 이게 멀쩡한 거냐"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이 많은 식구들 중에 밥벌이 하는 인간이 하나가 없다니. 아이고 내 팔자야"라며 가슴을 쳤다. 엄마의 눈물 섞인 잔소리에 영애는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떴고 사위 역시 눈칫밥을 먹었다.
39살 노처녀 큰딸, 변변한 직업 하나 없는 데릴사위, 철없는 막내딸까지. 엄마에게는 갑갑한 가족 구성원들이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가장 현실적인 그림일수도.
밥 먹다가 눈물을 쏟은 영애 엄마가 왠지 낯설지 않다. '헬조선' 어느 평범한 식구들의 얘기와 다름없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막돼먹은 영애씨15'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