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양세형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잠깐의 틈도 없다. 누가 뭐래도 쉴 새 없이 떠들고 깐족거리는 신흥 동력이 양세형이다. 양세형을 새 멤버로 꾸린 제작진과 멤버들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양세형은 지난 4월 퍼펙트 센스 특집부터 고정 출연 중이다. 멤버들이 오고 나가는 것에 참 예민한 ‘무한도전’ 팬덤에서도 양세형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절대적일 정도다. 여러 이유로 기존 멤버들이 떠난 빈자리가 참 크고 쓸쓸하게 느껴졌던 이 프로그램에 양세형이라는 갑자기 굴러온 돌은 누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웃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 허언증 있다는 근본 없는 개그
그는 초반부터 거침이 없었다. 흔히 ‘무한도전’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괜히 구설에 휘말릴까 말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과 달리 양세형은 그야말로 막 던졌다. 퍼펙트 센스 특집에서 블락비 멤버 지코와 함께 게스트로 출연한 그는 아무래도 신선한 그림의 아이돌 스타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예능프로그램의 구조를 뒤집었다.
자신의 유행어인 “바리 바리 양세바리 에브리바리”를 외치며 시끌벅적한 수다를 떨며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게 했다. 또한 재미가 있든 아니든 마구잡이로 농담을 던지며 박명수가 ‘무한도전’ 초창기 어이 없이 10개의 쓰레기 농담을 던져 1개 대박을 터뜨렸던 상황을 보는 듯 했다. “저는 관종병(관심종자병이라는 신조어)이고 허언증이 있다”라고 독한 농담을 하며 프로그램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기존 멤버들이 11년간 끌고오면서 친근하지만 다소 신선하진 않았던 당시 ‘무한도전’에서 양세형이라는 용감하게 농담을 시도할 수 있는 인물은 정말 필요했다. 예능 캐릭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풍성한 웃음 장치를 만들고 기존 예능 캐릭터의 이미지 소진이 적은데 양세형은 ‘무한도전’이 지금 당장 필요한 공백 채우기에 있어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무엇보다도 팬덤의 날선 시선 속 부담스럽게 출연을 이어가던 막내 광희에게도 독설을 퍼부으며 오히려 광희가 재미를 만들어갈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 발끈하는 광희와 아랑곳하지 않고 성역 없이 독설을 쏟아붓는 ‘모두까기 요정’ 양세형은 그렇게 ‘무한도전’에 고정 출연하기 시작했다.
# 광희의 웃음을 각성시킨 장본인
양세형은 6주간 펼쳐진 릴레이툰 특집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퍼펙트 센스 특집에서 범상치 않은 예능감과 ‘무한도전’에 마구잡이로 웃음 폭탄을 던질 예능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양세형. 그는 릴레이툰 특집도 함께 하게 됐고, 광희가 양세형의 위치를 가지고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극을 펼치며 두 사람이 이 프로그램에서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는 조합이라는 것을 예고했다.
광희는 양세형이 정준하와 하하 사이에 앉자 “왜 거기만 가냐. 여기로 와라. 여기는 지금 벼랑 끝 같다”고 말해 웃음을 터뜨렸다. 또한 괜히 박명수를 탓하며 “형돈이 형 빨리 오라고 하라”고 외쳐 웃음을 더했다. 양세형이 있는 자리가 더 부각된다는 광희의 불안한 감정 표현은 양세형이 일으킨 재밌는 예능 상황극이었다. 결국 박명수와 광희가 서로가 웃음을 못 만든다고 티격태격하다가 뺨을 때리는 장난으로 이어졌고 그동안 왠지 모르게 짠하고 기죽어보였던 광희가 다시 활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기존 멤버들에 비해 아직 보여줘야 할 것이 더 많은 양세형과 광희가 서로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웃음 장치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유재석은 ‘무한도전’ 구성원을 대표로 양세형에 대해 “도움을 주고 있다”는 설명을 하며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에 계속 출연할 것이라는 예고했다.
# 유재석도 인정한 깐족
김태호 PD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양세형 씨는 이번 주, 다음 주, 그리고 앞으로도 나올 것이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면서 “양세형 씨는 이미 6개월간 왜 자신이 필요한지 방송을 통해 스스로 보여줬다”라고 양세형이 고정 멤버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못을 박았다.
그리고 양세형은 ‘무한도전’에서 어느새 깐족거리는 것으로는 유재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지에 올랐다. 퍼펙트 센스 특집에서 양세형에게 “잘한다”라면서 “이러다 2년에 한 번씩 맞겠다”라고 양세형의 예능감을 칭찬했던 유재석. 양세형은 지난 달 방송된 500회 특집인 ‘무도리 GO’에서 유재석을 난도질하며 큰 웃음을 만들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유재석에 맥을 빠지게 하는 독설과 농담, 그리고 웃음을 만들기 위한 시비로 활기를 불어넣었다.
유재석을 방해하기 위해 “남자라면 해야지”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유재석은 양세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꿈에 나올 것 같다”라고 말해 모두를 웃겼다. 유재석에게 괜한 장난을 걸어 행여나 논란이 생길까 주저하지 않는 양세형다운 미친 예능감이 다시 한 번 발휘된 순간이었다. 유재석이라는 대선배와 함께 웃음 조합을 만드는데 있어서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예능 색깔 그대로 표출하는 것, 양세형은 ‘무한도전’에서 오디오가 비는 틈을 만들지 않고 있다. 순간순간 정적이 펼쳐질 때마다 깐족거리거나 설령 재미 없을 지언정 어떤 말이든 시도를 한다는 것, 예능인이라서 다양하게 농담을 던지는 노력이 어엿한 ‘무한도전’ 멤버가 된 비결이었다.
# 또 다른 얼굴을 만든 순발력
양세형은 우주 특집인 ‘그래비티’에서 또 한 번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제작진이 마련한 기상천외한 우주 적응 훈련이 다소 밋밋하게 펼쳐질 때, 양세형이 유재석의 얼굴에 장난을 친 것. 거꾸로 매달려 음식을 먹는 도전을 한 유재석의 목에 안경을 걸쳤다. 양세형은 또 다른 얼굴을 만드는 재치로 기가 막힌 웃음을 만들었다. 마치 새로운 얼굴을 보는 듯한 인상, 이런 재기발랄한 생각을 어떻게 떠올렸을까 무릎을 탁 치게 했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참 별 게 아닌 장면이 될 뻔한 상황, 양세형은 이날의 명장면을 만들었다. 그리고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 간 양세형은 또 다시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말도 안 되는 외계어를 내뱉거나 유재석이 오기를 부리게 ‘리액션’을 쏟아냈다. 어느 순간 ‘무한도전’에서 큰 웃음 동력이 된 양세형의 활약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