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도록 긴 눈매는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더할 나위 없는 순수함이나 따뜻함을 담기도 한다. 수많은 작품 속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던 배우 박병은이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또 한 번의 명연기를 남겼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는 살인 누명을 쓴 함복거(주진모 분)의 공판이 진행된 가운데 검찰과 결탁한 오성로펌 대표 이동수(장현성 분)의 사주를 받은 해결사 강프로(박병은 분)이 암약했다.
당초 강프로는 쓰레기 처리남을 자처하며 암흑 세계에서도 가장 끄트머리에서 악행을 도맡아 해 왔다. 복거의 조사에 따르면 강프로는 셀럽들이 벌인 더러운 일들을 해결하고 뒤처리를 해 주는 청소부다. 말레이시아 대통령 주식 비리부터 전세계 굵직한 사건에는 항상 그의 모습이 발견됐다.
강프로는 오성그룹 며느리 조예령(윤지민 분)과 톱스타 유태오(이현욱 분)의 불륜 사건을 덮기 위해 만든 노숙소녀 사건에도 연루돼 있었다. 때문에 이 사건을 재조사하려는 차금주(최지우 분)와 그를 돕는 복거는 오성과 강프로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이날 복거를 살인범으로 몰아간 오성 측은 강프로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웠다. 자신을 예수회 수사라고 소개한 강프로는 세상에서 제일 정의감 넘치고 순진한 눈빛을 한 채 불쑥불쑥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등 뻔뻔하게 위증을 자행했다. 그러나 수사의 모습을 벗은 그의 모습은 무시무시하기 그지 없었다.
예령과 동수의 밀회 사실을 알게 된 태오가 금주를 찾아가 노숙소녀 사건의 전말을 밝힌 자리에도 강프로는 어김 없이 나타났다. 선글라스와 검은 옷, 가죽장갑으로 무장한 채 모습을 드러낸 그는 천연덕스러운 말투로 금주와 태오를 위협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강프로의 총구가 불을 뿜는 모습은 이날 방송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그런 강프로를 연기한 박병은이 KBS 2TV ‘국시집 여자’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 주고 있다. 살벌했던 눈빛은 감성 멜로를 만나 애정을 품었다. 영화 ‘암살’의 가와구치도, ‘국시집 여자’의 진우도,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강프로도 박병은이라는 배우 안에 전부 존재했다. 이 변화무쌍한 신스틸러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캐리어를 끄는 여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