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키워내서 팀의 근간을 만드는 육성이라는 단어가 지배했던 올해 KBO리그였다. 그렇기에 올해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도 이 육성이라는 단어를 떼어놓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생길 수 밖에 없다. 대어급들에겐 큰 이상이 없을 지 몰라도, 베테랑 FA 선수들이나, 소위 '준척급'이라고 불리는 FA 선수들에게 영향이 있을 지도 모른다.
올해 KBO리그를 관통한 헤게모니는 '육성'이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5개팀 모두가 젊은 선수들을 직접 키우고 성장시키며 팀의 전력 토대를 만들었다. 육성과 리빌딩 기조 아래서 팀의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며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김기태 감독의 '당근과 채찍'의 조련으로 커나간 KIA의 젊은 선수들은 예상을 깨고 와일드카드를 거머쥐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넥센도 염경엽 전 감독과 넥센의 시스템 속에서 성장해 공백을 메웠다. 시즌 전 예상을 비웃는 호성적이었다. LG 역시 양상문 감독의 리빌딩이 다소 잡음을 일으켰지만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 젊은 선수들이 대거 주축으로 올라서 팀의 기틀을 잡았다. 두산은 예로부터 '화수분 야구'의 대명사였고 올해 그 화수분이 폭발했다. NC도 젊은 선수들에 기회를 육성 기조에 편승했다.
올바른 육성의 예를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었기에, 이제 선수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투자 없이는 성적도 없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선수에 대한 당장의 투자에서 팀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로 그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세가 계속된 것도 현재 KBO리그에 육성이라는 단어가 퍼지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거물 FA 선수 한 명이 몰고 올 파급효과는 있다. 실력적인 면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들이 필요하다. 육성 철학과는 별개로 필요한 부분이다. 대형 FA 선수들을 통해 '윈 나우'라는 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육성 중인 젊은 선수들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결국 FA 시장의 딜레마는 베테랑과 준척급 FA 선수들에 대한 기회와 관심이다. 올해 FA 자격을 얻은 김광현(SK), 양현종(KIA), 차우찬, 최형우(이상 삼성), 황재균(롯데)은 대어급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김재호, 이현승(이상 두산)나 우규민(LG)도 충분히 군침을 흘릴만한 자원들이다.
다만, 그 외에 FA 자격을 얻었지만 무언가 아쉬운 조건을 가진 선수들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3번째 FA 자격을 얻는 3명의 베테랑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이호준(NC)과 이진영(kt), 정성훈, 봉중근(이상 LG)의 경우 FA 선수로 최종 공시된다면 원 소속구단들의 고민의 깊이는 더해진다. 30대 후반의 선수들인데, 여전히 어느정도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의심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당 포지션에서 커나가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막으면서까지 붙잡아야 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40살의 이호준은 NC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표현해 왔기에 FA 권리를 포기할 수도 있지만, 이진영과 정성훈, 봉중근의 미래는 쉽게 점칠 수 없다. 원 소속구단이 협상을 포기할 경우 다른 구단에서 20인 외 보상선수를 감수하면서 영입할 것인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높을 수 있다.
준척급 중에는 나지완(KIA)와 조영훈(NC), 이원석(두산)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나지완은 올해 25홈런 90타점 장타율 5할7푼1리 OPS 1.022로 생산력을 회복했다. 하지만 지명타자로 분류된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분명 타선에 힘이 될 수는 있으나, 확실한 생산성의 보장이 없다면 '반쪽 선수'라는 위험이 있고, 오히려 기회를 줘야 할 어린 선수들을 엔트리에 넣을 수 없는 부담도 생긴다.
조영훈과 이원석은 FA 자격 신청을 했을 경우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 지 애매하다. 조영훈은 간간히 터지는 한 방이 있지만 1루와 대타 자원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원석은 2014년 자격을 얻었지만 상무 입대로 FA를 미뤘고, 고심 끝에 FA 신청을 하기로 결정했다. 원 소속구단의 상황, 그리고 다른 구단들이 보유한 보호선수 외 21번째 선수와의 비교도 생각해 볼 문제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9일까지 신청을 마감하고, 10일에 전체 공시된다. 이후 11일부터는 원 소속구단 우선 협상 없이, 전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육성이 대세가 된 KBO리그에서 FA 시장은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 주목해 볼 부분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