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풍자가 예능에서 드라마로도 확산됐다. 극중 캐릭터의 대사에서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풍자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달 말부터 예능 프로그램의 주도하에 방송계에서 풍자 바람이 불었다.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 KBS 2TV ‘개그콘서트’, tvN ‘막돼먹은 영애씨15’, ‘SNL코리아8’ 등 국내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다룬 ‘최순실 게이트’를 연상케 하는 풍자가 큰 관심을 받았던 바 있다.
최순실 씨, 그의 딸 정유라 씨와 비슷한 분장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던 ‘우주의 기운’이라는 말을 자막으로 활용하는 식.
이처럼 예능에서는 주로 ‘코스프레’나 자막으로 풍자를 시도했다면, 드라마에서는 인물의 대사로 보다 간접적인 풍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맥락상 보다 뼈아프게 꼬집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지난 6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가 드라마 가운데 풍자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30일 방송된 49회에서 ‘오방낭’이 등장한 것. 이는 윤원형(정준호 분)의 첩 종금(이잎새 분)이 정난정(박주미 분)을 제치고 정실부인이 되기 위해 무당에 의존하는 장면에서 언급됐다. 무당은 “복주머니 안에 든 부적이 작은 마님을 큰 마님으로 만들어줄 거다.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거다”며 오방낭을 건넸다.
원형은 극중 대비(김미숙 분)와 함께 국정을 흔드는 부패한 권력자로 그려졌다. 뒤에서는 난정이 원형과 대비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의 뜻대로 관철시키는 장면도 여럿 등장했던 바. 역사 속 인물들에서 현 시국의 모습이 느껴져 입 안을 씁쓸하게 했다.
지난 8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 13회에서는 ‘실세’와 ‘아바타’가 극중 대사로 등장했다. 차금주(최지우 분)와 박혜주(전혜빈 분)의 대화에서였다. 혜주는 극중 오성그룹 둘째며느리이자 노숙소녀 사건의 배후 조예령(윤지민 분)의 옆에 선 상황.
금주가 “조예령에게 전해”라고 말하자 혜주는 “이 와중에 소문 듣고 사나보네. 내가 실세라는 거”라며 비아냥거렸다. 오성을 겨냥해 비리를 뿌리부터 뽑으려는 금주는 “누가 마녀인지 드러내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혜주가 “그 사건 변호사는 나였던 것 같은데”라고 말하자 금주는 “너야 내 아바타 아니었니? 진짜 주인한테 자료 다 내놓으라고”라고 맞받아쳤다.
이 대화 속에 들어있는 의미는 시국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하며, 비리를 척결하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주인공 금주를 응원하게 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옥중화', '캐리어를 끄는 여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