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뜨겁게 달궜던 털털한 허당 미녀 오해영은 없었다. 트라우마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하는 ‘낭만닥터 김사부’ 윤서정만 있을 뿐이다. 배우 서현진이 또 다시 연기력 경신에 성공했다. 신들린 연기로 안방극장을 숨죽이게 했다.
그는 현재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새로운 남자 강동주(유연석 분)에게 마음을 빼앗긴 후 공교롭게도 사귀던 남자친구를 잃게 돼 충격에 빠진 윤서정을 연기한다. 지난 8일 방송된 2회에서 서정이 트라우마로 자해를 하고 손이 떨려 외과의사로서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사실이 펼쳐졌다.
1회에서 자신감 넘치는 의사로 완벽하게 변신했던 서현진에게 진짜 카드가 있었다. 정신 착란 상태에서 고통스러워하고 결국 자해까지 해서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 서정의 충격적인 핏빛 얼굴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눈빛이 압권이었다. 초점을 잃은 눈, 그리고 황망하게 동주를 바라보다 결국 자해하는 충격적인 설정을 서현진은 참 현실적이고 그러면서도 극적으로 다뤘다. 실제로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서현진이 연기한 서정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추측이 들 게 할 만큼 안방극장은 충격에 말을 잃었다.
그만큼 서현진은 연기를 잘했다. 늘 칭찬을 받는 빼어난 발성은 어떤 의학용어가 빠르게 쏟아져도 완벽히 전달됐다. 그야말로 널을 뛰는 감정 연기도 매끄럽게 소화했고, 서정이 지난 몇 년 간 겪은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 몰입도 높은 장면이 완성됐다. 2회 마지막 서정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펼쳐질 때 시청자들은 올 여름 설레고 가슴 아프게 만들었던 ‘또 오해영’ 속 오해영을 완벽히 잊었다.
서현진은 ‘또 오해영’에서 털털하면서도 사랑에 솔직한 보통의 여자 오해영을 연기하며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로맨틱 코미디 작품에서 거침 없이 망가지고 오해영이 진짜 내 이야기 같게 만든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래서 서현진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오해영의 잔상이 떠오르지 않게 만들 줄은 아무도 몰랐다. 오해영은 온데간데없고 앞으로 험난한 감정의 기복을 이겨내야 하는 서정만 있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김사부(한석규 분)라는 진짜 의사를 만나 다시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갖게 되는 서정과 동주의 이야기를 담는다. 동주의 야망과 의사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과 서정의 고난 극복이 주된 이야기가 될 터. 2회 만에 안방극장을 완벽히 끌어당기며 기가 막힌 열연을 펼친 서현진이 보여줄 앞으로의 이야기와 연기가 더 기대된다. /jmpyo@osen.co.kr
[사진] SBS 제공,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