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라고 불러도 전혀 부족함이 없을 배우 한석규가 2년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이번엔 천재 괴짜 의사다. 늘 드라마 속에서 절대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만나왔던 한석규의 변신은 이번에도 성공인 듯 하다.
한석규는 지난 7일 첫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를 통해 2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그가 맡은 김사부(본명 부용주)는 일반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까지 트리플 보드를 달성한 천재적 의술의 외과 의사이자 웬만해서는 절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괴짜 천재 의사다.
지난 1회에서 강동주(유연석 분), 윤서정(서현진 분)과 운명적으로 엮이게 됐던 김사부는 2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해 극의 중심을 꽉 잡았다. 돌담 병원 외과 과장인 그는 빠른 판단과 수준급의 실력으로 강동주를 깜짝 놀라게 하는 동시에 수술 후 옷을 갈아입을 때 설핏 보였던 등의 흉터와 카지노 출몰 등으로 갖가지 의문을 더했다.
한석규의 본격 등장과 함께 '낭만닥터 김사부'가 더욱 재미있어졌다는 반응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무엇보다 한석규는 첫 의학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몸에 딱 알맞은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김사부로 변신해 놀라운 몰입도를 보여줬다. 한석규가 등장하는 장면이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했다. 이는 곧 앞으로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그가 보여줄 활약을 더욱 기대케 하는 이유가 됐다.
시청률 역시 상승했다. 첫 방송에서 9.5%를 얻었던 '낭만닥터 김사부'는 2회에서 10.8%를 얻으며 월화극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뜨거운 반응을 봐서는 앞으로도 쭉 1위 자리를 지키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1990년 KBS 성우극회 22기로 입사해 성우로 활동하던 한석규는 이듬해 MBC 탤런트 공채 20기로 연기자 데뷔를 해 올해 26년차 배우가 됐다. 청춘 캠퍼스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던 MBC '우리들의 천국'을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한석규는 '아들과 딸', '파일럿'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1994년 '서울의 달'을 흥행시키며 스타덤에 올랐다.
제비 노릇을 하는 김홍식을 연기한 한석규가 속옷만 입고 한밤 중에 길거리를 도망치듯 달려가는 장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1995년 방송된 MBC '호텔'을 마지막으로 활동 무대를 완전히 스크린으로 옮겼던 한석규는 2011년 SBS '뿌리깊은 나무'로 드라마 복귀를 했고, 그 해 SBS 연기 대상을 수상하며 그 저력을 과시했다. 후속작인 SBS '비밀의 문: 의궤 살인 사건'이 흥행에 참패를 하긴 했지만, 한석규의 연기는 그 속에서도 오롯이 빛이 났다.
물론 아직 '낭만닥터 김사부'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존재만으로도 '역시 대배우'라는 평가를 받으며 극을 탄탄하게 만들어주고 있는 한석규가 있어 월화 밤이 즐거워지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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