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와 강호동의 오랜 인연이 밝혀졌다. 천하장사 강호동의 끼를 알아보고 방송계로 이끈 이경규. 그는 방송을 하지 않겠다는 강호동을 설득하고, 씨름계에서 좋지 않은 소리까지 들으며 강호동을 예능인으로 만들었다. 이경규의 선견지명에 강호동도, 시청자들도 놀라워했다.
9일 방송된 JTBC '한끼줍쇼'에서는 암사동에서 한끼를 얻어먹는 이경규와 강호동의 모습이 담겼다. 이날 두 사람은 '초심'이라는 주제로 과거 자신들이 했던 콩트의 주인공으로 분해 거리로 나섰다. 강호동은 '소나기' 시절의 모습으로, 이경규는 '별들에게 물어봐' 때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평소 불통의 제왕이었던 이경규는 이날은 모처럼 거리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인사를 했다. 이경규는 "분장을 하니 평소와 다르다. 가면이 되어주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분장을 지우고 나자 예전의 모습으로 복귀했다.
역시 강호동은 지나가는 모든 동네 주민들과 소통을 시도했고, 이경규는 소통을 차단하기에 바빴다. 강호동은 "우리 사이에 담이 있는 것 같다. 컨셉트가 너무 다르다"고 했고, 이경규는 "나는 평생 도시에 살아 그런지 담이 좋다"고 인생철학을 밝혔다.
이날 강호동은 방송인으로 데뷔하던 시절 이야기를 꺼냈고, 이경규에게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이쪽으로 이끌었냐"고 물었다. 씨름인이었던 강호동을 방송인으로 만든 장본인이 이경규였던 것. 이경규는 "'별밤'에 첫 출연한 것 보고 성공할 줄 알았다"고 했다.
강호동은 "그때 안한다는 나에게 형님이 '네가 성공 못하면 내 옷도 벗겠다'고 했고, 그 말에 감동받아 방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경규는 "당시 씨름계에서 사람들의 말이 많았다. 씨름 잘하는 아이를 방송계로 데리고 간다고.."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날 강호동은 그때 자신의 성공을 예견한 이경규의 예감에 소름끼쳐 했다. 시청자들 역시 20여년전 방송 출연 한번에 강호동의 능력을 알아본 이경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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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끼줍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