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기 맹수다. 케이블보다 더 독한 지상파 예능, 직언과 독설을 서슴없이 퍼붓는 정글에서 귀엽지만 날카롭게 허를 찌르는 입담으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감성이 듬뿍 담긴 발라드를 기똥차게 뽑아내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 MBC ‘라디오스타’의 막내 MC 규현의 이야기다.
2011년 10월 19일에 인턴MC를 시작으로 무려 5년을 함께했다. 아무나 버틸 수 있는 자리는 아님이 확실하다. 김국진, 김구라, 윤종신 등 입담과 예능감으로는 베테랑인 방송인들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고, 앞서 활약을 펼쳤던 신정환의 공백이 워낙 컸던 터.
지난 9일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500회를 기념해 대놓고 예전 가족이었던 신정환을 언급했다. 막내 MC 규현이 입대를 앞두고 있어 그의 후임이 누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신정환이 유력한 후보로 또다시 떠오르고 있는 상황. 이에 신정환의 활약상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분위기다. 그의 복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고.
하지만 그간 규현의 활약도 못지않았다. 점잖은 얼굴로 테이블 끝에 앉아 툭툭 던지는 ‘드립’과 깜빡이도 켜지 않고 별안간에 끼어드는 토크로 에피소드에 조미료를 제대로 친 바. 윤종신의 깐족거림과 김구라의 독설을 적절하게 가미한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당황시키며 예상치 못한 웃음을 빵빵 터뜨려왔다.
특히 현직 아이돌로서 게스트로 아이돌 멤버들이 출연하면 좋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평소의 친분으로 쉽게 접할 수 없는 에피소드를 끌어내기도 하고, 게스트들의 이야기에 흥미로운 요소들을 보태면서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살려냈다.
규현이 성대 결절로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의 허전함은 생각 이상이었다. 양세형과 육성재 등 쟁쟁한 스타들이 1일 MC로 나서 공백을 채워보고자 했지만, 오프닝 멘트와 리액션만 방송에 등장하는 등 쉽지 않아 보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규현은 MC로 성장했다. 사실상 존재감이 약했던 슈퍼주니어의 막내 멤버에서 이제는 많은 이들이 MC로 인정하는 방송인으로 거듭난 것. 본인에게도 ‘라디오스타’는 성장의 기회이자 발판이었을 테다.
현재 규현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 이에 프로그램 하차가 불가피하다. 과연 누가 그의 자리를 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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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