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자축 대신에 지난 10년간, 500회 동안 걸어온 논란을 총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셀프 디스’와 ‘성역 없는 독설’이 난무했던 ‘라디오스타’다운 500회였다. 심지어 여전히 MBC 방송 출연 제한 조치 중인 방송인 신정환까지 얼굴 없이 계속 소환됐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는 2007년 5월 첫 방송 이후 500회를 맞은 기념으로 특집이 방송됐다. ‘라디오스타’는 ‘황금어장’의 한 코너로 출발, 간판 코너였던 ‘무릎팍도사’가 폐지되고 어머니 프로그램인 ‘황금어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도 살아남았다. 한때 인기 프로그램인 ‘무릎팍도사’의 편성에 밀려 5분간 방송된 적이 있을 정도로 자투리 코너라는 인상이 강했던 이 프로그램은 스타들에게 진짜 궁금한 이야기를 독하게 물어보는 구성으로 10년간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우역곡절이 많았던 프로그램이었다. “다음주에 또 만나요 제발”이라는 MC들의 인사말이 흘려들을 수 없을 정도로 언제든 폐지될 것 같았던 프로그램이 어느새 지상파 토크쇼의 자존심으로 여겨지며 동시간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500회 특집 방송은 10년간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MC들이 일으킨 사건과 사고, 후일담들이 쏟아졌다.
그중 불법 도박과 거짓말로 방송 활동을 중단한 신정환에 대한 거침 없는 언급이 눈길을 끌었다. 싱가포르 S 씨라는 설명과 함께 제작진은 방송 출연 제한 조치 중인 신정환의 얼굴을 가려 끊임 없이 자료화면으로 등장시켜 웃음을 자아냈다. 김구라와 게스트인 김희철이 신정환의 복귀 찬반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싱가포르에서 빙수 전문점을 하는 신정환이 보낸 화환이 소개되기도 했다. ‘구 황금어장 어머니, 현 빙수가게 사장’이라는 재치 있는 문구와 신정환이 MC로 활약했던 이야기, 하차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 등을 여과 없이 털어놨다.
“2009년 9월 아 님은 갔습니다. 뎅기 머리에 열 식히러 싱가포르 빙수가게에 갔습니다”라는 신정환의 거짓말을 대놓고 언급하고, ‘황금어장’ MC들이 잇따라 논란 속 하차했던 지난 날을 거침 없이 이야기하는 ‘셀프 디스’도 잊지 않았다. 스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대중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며 강한 농담을 주무기로 했던 ‘라디오스타’다운 500회 자축이었다. 위태롭게 그렇지만 내공을 탄탄히 쌓아오며 안방극장에 웃음 폭탄을 던졌던 이 프로그램이 걸러온 길을 되짚는 것만으로도 웃길 수 있었던 것. 물론 가시밭길이었던 지난 날에 대한 MC와 게스트들의 과감한 독설이 향수를 자극하는 재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