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종영하는 ‘더케이투’는 배우 송윤아에게서 시작돼 송윤아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드라마였다. 악역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혼동을 안긴 이 배우는 매회 연기력을 경신한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미워할 수도, 지지할 수도 없는 인물을 만들며 tvN 금토드라마 ‘더케이투’의 자극적인 이야기의 개연성을 책임졌다.
‘더케이투’는 남편의 외도를 참고 대통령을 만들어 자신의 야망을 채우려는 최유진(송윤아 분)의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분명히 유진이 집착하는 보디가드 김제하(지창욱 분)와 유진의 상처를 후벼파는 존재인 고안나(윤아 분)의 로맨스가 있었지만 유진이 왜 이토록 무서운 권력 집착에 이르렀는지가 공개될 때마다 안방극장은 유진의 이야기에 시선을 돌렸다.
송윤아는 처음부터 안쓰러운 악역을 차근차근 만들어왔다.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죽이고 매서운 계략을 펼치는 인물이 유진이었지만 그 속에는 유진이 처절하게 입은 상처가 자리잡고 있었다. 제하에게 휘둘리는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의 아픔, 그 누구도 진짜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느끼는 외로움이 송윤아의 미세하게 떨리는 눈빛과 슬픈 표정에 다 담겨 있었다.
쏘아붙이는 눈빛은 무서웠고, 살벌하게 협박하는 표정은 꿈에 볼까 걱정됐지만 동정심이 생기는 악역이었다. 안방극장은 그래서 이중적인 감정에 혼란스러웠다. 악역인데 지지하게 되고, 지지하면 할수록 주인공이 괴로워져서 다시 정신을 차리기 여러차례였다. 결국 이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것은 배우의 연기력이었다. 연기 잘한다는 칭찬도 참 새삼스러운 이 배우는 18년 만에 악역 연기를 맡아 첫 방송부터 안방극장을 압도했다. 드라마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송윤아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가 참 컸던 ‘더케이투’였다.
유진이 처연하게 눈물을 흘리다가도 다시 권력욕에 미쳐 날뛸 때 연민이 느껴졌는데 송윤아는 때마다 그 순간의 감정을 충실히 표현했다. 이야기가 널을 뛰고 맥락 없이 개연성이 부족했지만 송윤아는 그 허점을 잘 채웠다. 오락가락하는 유진의 감정이 수긍 가능하게 다가왔던 것은 송윤아가 그만큼 연기에 몰입하고 인물 설정을 탄탄하게 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극적이고 앞뒤 연결이 맞지 않아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던 ‘더케이투’. 그래도 많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흥미롭게 봤던 것은 초반부터 끝까지 송윤아가 펼쳐놓는 연기가 강한 끌림을 유발했기 때문이다. 간만에 악역으로 변신해 연기 교과서에 나올 법한 장면을 만든 송윤아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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