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세종대왕이 있었다. 흘러간 역사가 지금 이 시국에 위로가 될 줄이야. ‘무한도전’이 역사와 힙합의 만남인 ‘위대한 유산’ 특집을 시작한 가운데, 뭉클한 역사 교육이 실의에 빠진 전국민에게 힘을 내라고 위로하고 응원하는 결정적인 순간이 됐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힙합을 통해 역사를 알리는 ‘위대한 유산’ 특집의 첫 번째 이야기가 방송됐다. 역사를 주제로 힙합 노래를 만들기에 앞서 역사 강사인 설민석의 강의가 펼쳐졌다.
단군부터 팔만대장경, 한글 창제, 독립운동 등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역사를 되짚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설민석이 흥미롭게 이야기를 쏟아냈고, 곳곳에 우리가 잘 몰랐던 뭉클한 감동이 숨어 있었다. 여기에 진정한 지도자가 무엇인지 보여줬던 세종대왕의 업적까지 다뤘다.
백성을 위해 쉬운 글자인 한글을 만들었던 세종의 애민정신, 어찌 보면 지나간 역사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전국민을 위로하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원하는 진짜 지도자의 모습을 역사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역사는 현재이자 미래로 이어지고 있었다.
역사를 바로 알고 잊지 않기 위해 힙합 노래로 만들어 유익한 축제의 장을 만들겠다는 제작진의 의도. 국정 농단 사태가 알려진 후 황망한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많은 시청자들에게 위안이 됐다. 지나간 역사 속 기득권의 부패가 고루한 이야기 같지 않고 지금 이 시국과 딱 맞아떨어진다는 생각, 슬프게도 역사 강의 내내 시청자들을 짓누른 현실이다. 그래서 더 귀에 쏙쏙 들어왔고, 감동과 위안이 됐다.
예나 지금이나 민초들이 벼랑 끝에 놓이곤 하는데, 한글 창제의 업적과 독립운동이라는 숭고한 희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나라를 걱정하느라 가슴 뻥 뚫린 듯한 하루를 살고 있는 이 땅의 많은 진정한 애국자들에게 가슴 먹먹한 감동이 됐다. 우린 잘 살고 있다고, 앞으로도 힘내서 살아가도 되는 민족이라고 자긍심을 높이고 응원하는 방송이었다.
‘무한도전’은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역사를 힙합과 접목해 재밌고 의미 있는 축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작이었던 첫 번째 방송에서 성난 민심을 달래는 예상밖의 감동도 있었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