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우슬혜 편은 섹시 코미디로 가득했다.
12일 전파를 탄 tvN 'SNL 코리아' 시즌8에는 배우 황우슬혜가 호스트로 나왔다. '콜라병 몸매'의 대표주자답게 황우슬혜는 자신의 섹시미를 웃음에 활용했고 덕분에 남성 출연진과 시청자들은 만세를 불렀다.
황우슬혜의 매력은 빛났다. 오프닝에서부터 S.E.S의 춤을 췄고 '혼술남녀' 코너에서는 신동엽과 야릇한 분위기로 '19금' 웃음을 선사했다. '3분 와이프'에서는 퀴리부인과 트로피 아내로 분장해 능청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하지만 이번 황우슬혜 편은 어딘가 허전했다. 지난 5일 방송이 너무 세서 그랬을까?
솔비를 호스트로 내세웠던 지난주 방송은 국정 농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현실과 최순실 게이트 사건 및 어수선한 정국을 시원하게 풍자했다. 유세윤은 정유라로 김민교는 최순실 분장을 해 보는 이들을 배꼽잡게 했다.
호스트 솔비도 거들었다. 오프닝에서 그는 "방송과 예술 두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자아의 혼란스러움을 전위예술로 표현하겠다"며 포즈를 취했는데 "온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탁재훈의 '나이트 라인'에서도 현실 꼬집기는 계속 됐다. 기자로 나온 김준현은 "최순실 구속영장 발부. 수사인력 보강해 추가 혐의 조사. 직권남용죄로 구속될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의 리포팅을 진행했다.
앵커 탁재훈은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검찰 조사 들어가겠냐"고 대놓고 물었을 정도. 김준현은 당황했지만 시청자들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방송 직후 제대로 된 'SNL 코리아'가 돌아왔다며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즌 초반 'SNL 코리아'가 '여의도 텔레토비'와 정성호의 박근혜 대통령 성대모사로 화제를 모았지만 언젠가부터 현실 풍자 대신 섹시 코미디 노선을 걸어온 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
그런데 또다시 일주일 만에 노선이 바뀌었다. 지난주보다 작금의 실태에 대한 뿔난 민심은 더욱 커졌는데 어쩐 일인지 'SNL 코리아8'은 몸을 사렸다. "많이 어수선한데 대한민국 국민들이 활짝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탁재훈의 엔딩 코멘트가 전부였다.
고3 수험생 정이랑이 암기하기 싫어 역사 속 위인들을 찾아가 죽인다는 '위인킬러'. 취업준비생들의 면접에 대한 압박을 담은 '합숙면접', 층간소음과 보복운전 등 사회문제를 유쾌하게 담은 '분노자들' 같은 코너가 나오긴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내용은 전무했다.
공교롭게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도심 일대에서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의 국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해 전국을 들썩이게 했다. 그래서 풍자 정신이 사라진 'SNL 코리아8-황우슬혜 편'이 더욱 씁쓸한 걸지도. 도대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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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NL 코리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