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역사와 힙합이라는 두 어울리지 않는 소재들과 손잡았다. 생경한 풍경이지만, '왜 힙합가수들은 정작 이 시국에 가만있느냐'란 일각의 아쉬운 목소리를 조금은 달래줄 수 있을 듯 하다.
지난 12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역사와 힙합을 콜라버레이션한 ‘위대한 유산’ 특집 첫 번째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출연한 멤버들은 래퍼 개코, 도끼, 비와이, 송민호(위너), 그리고 딘딘.
현 힙합씬의 주요 인물과 이른바 '대세'들이다. '무한도전'은 이 힙합인들을 모아 난데 아닌 역사강의를 듣게 했다. 이날 '선생님'으로 등장한 설민석은 방송의 상당부분을 강의로 채웠다. 힙합 뮤지션들은 다른 멤버들과 함께 노트에 필기를 하며 강의를 경청했다.
설민석은 “현재 우리 국민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이 역사”라며 “역사는 현자와 과거의 끝없는 대화라는 말이 있다. ‘우리 힘들어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600년 전 세종대왕에게 물어보는 것”이라고 이번 방송의 취지에 대해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어지로운 요즘, TV 예능-드라마들이 저마다 풍자로 민심을 달래는 모습이다. 이에 적극 앞장서고 있는 '무한도전'은 직접적인 역사 강의로 또 다른 예능의 얼굴을 보여줬다.
특히 역사와 노래의 만남은, 500년 전, 1000년 전 역사 속에서도 지금과 비슷한 일이 있었던 바. 고려시대 말 기득권 세력의 착취 속에서 산 속으로 밀려난 백성이 불렀던 고려가요, 임진왜란 이후 양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백성이 풍자한 판소리처럼 지금 이 시국에서 대중음악에 시대상황을 담아넣는다는 의미가 있다.
힙합이란 장르는 '무한도전'이 꺼낸 회심의 카드다. 물론 힙합이 요즘 가장 트렌드한 장르이자 각종 행사에서도 제일 인기가 있는 음악이란 이유 때문도 있지만, 장르 자체가 저항정신이란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현 시국에 대한 풍자에 적합하다.
더욱이 힙합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대중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것은 '디스'인데, 정작 노래에 사회비판적인 가사를 담거나 묵직한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은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 힙합가수들에게 일면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오히려 힙합계에 이번 '무한도전' 특집이 던지는 화두가 있다. / nyc@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