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다.”(이병헌)
‘내부자들’에서 권력의 추악함을 고발했던 깡패 안상구. 물론 정의를 위함이 아닌 개인적인 감정이 도화선이었던 복수였지만, 건드리기 어려운 정재계를 송두리째 뒤흔든 내부 고발과 통쾌한 결말은 대중에 카타르시스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이 인물을 맛깔나게 탄생시킨 이가 바로 배우 이병헌이다. 이번에는 그가 영화 ‘마스터’를 통해 뼛속까지 악한 사기꾼 ‘진현필’ 역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에서는 처벌하는 이가 아닌 처벌을 당하는 모습으로 대중의 속을 속 시원하게 뚫어줄 전망이다.
그의 말처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정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상황. 사상 전무후무할 정치권 스캔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연일 터져 나오는 정치 기사에서 다뤄지는 정치권의 이야기는 ‘막장극’ 뺨친다. 그 어떤 사회 고발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
이날(14일) 영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마련된 ‘마스터’ 제작보고회 현장에서도 개탄스러운 현실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주연을 맡은 이병헌은 “이 영화가 다루는 지점 역시 사회를 반영하는 이야기고, 그 것을 해결해가면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드리려고 의도한 지점도 있다. 힘든 현실이지만 아주 조금이나마 휴식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의 방법은 ‘휴식’과 ‘힐링’이었다. 영화 속 비리와 악행의 중축에 선 인물이 처벌 받는 모습으로 현실에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하고자한다는 의미.
이날 제작보고회에서 조의석 감독은 뼈 있는 농담으로 현실을 풍자하기도 했다. 이병헌은 “영화에서 밑도 끝도 없는 나쁜 역할을 할 때는 배우로서 나를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악역은 다른 역할보다 설득 당해야하기 때문에 고민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결국에는 ‘뼛속까지 나쁜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 생각하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판단을 하고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조의석 감독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는 “진회장 님(이병헌 분)의 연설 두 부분이 있는데, 캐릭터의 포인트를 주는 연설문을 읽는 장면이다. 그 때 이병헌 씨와 가장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독기가 오르더라. 연설문을 쓰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고, 현장에서는 이곳저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한편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과 엄지원, 오달수, 진경이 출연한다. 오는 12월 개봉. /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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