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이경규에 이어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의학 박사 홍혜걸, 여에스더 부부가 바로 그 주인공. 남녀노소 세대불문 관심을 갖고 있는 건강 콘텐츠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프로 방송인도 힘들어하는 소통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홍혜걸, 여에스더 부부는 MLT-36을 통해 처음 시청자들과 소통했다. 첫 시도는 손연재, 헨리, 김구라, 강성태와의 대결에서 4위에 올랐고 부부는 꼴찌를 하지 않았다며 만족해했다. 그런데 이 부부의 콘텐츠가 입소문이 타면서 두 번째 출연 만에 시청률 1위에 오르는 이변이 일어났다. 생중계에 참여한 네티즌, 본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하나 같이 진기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바로 최초로 부부싸움 생중계를 시청했다는 것.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본의 아니게 발언권을 얻기 위해 티격태격했고, 그 모습이 웃음 포인트가 됐다.
과연 인터뷰에서는 홍혜걸, 여에스더 부부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OSEN이 직접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는 ‘마리텔’ 생중계를 눈앞에서 보는 기분이었다. 즉 중년의 ‘보니하니’라는 말이 딱 평소 모습이었다.
“요즘 병원에 가도 한 가지를 가지고 자세히 물어보기가 쉽지 않잖아요.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질문에 답변하는 게 즐거워요. 저희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준비한 내용에서 3분의 1밖에 못해요. 질문 대답해주고 저와 또 남편의 의견이 다르면 티격태격하니까.”(여에스더)
“항상 시간이 모자라요. 제가 감히 자부하자면 모두 의학주제로 했지만 그 주제 하나하나마다 대본의 밀도나 함량이 진짜 정통 다큐멘터리 저리 가라할 정도의 내용을 담았어요. 논문도 찾고.(웃음) 어떤 의사가 나와도 이렇게 할 수 있다고 하신다면, 글쎄요. 방송의 생리를 알고 소통할 줄 아는 저희 부부가 ‘마리텔’에 최적화된 커플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이 하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홍혜걸)
그렇게 홍혜걸 박사가 허당, 옵세 부부로서 자부심을 드러내자 옆에서 여에스더 박사가 “너무 잘난 척하는 거 아니냐”며 귀엽게 끼어들었다. 부부의 진행 실력과 소통 능력은 엄청난 강연 횟수에 있었다. 물론 ‘마리텔’을 하기 전 다수의 방송에 패널, MC로서 활약한 경험도 도움이 됐다.
“강연을 많이 했어요. 2천 5~6백 번. (저는 천 2~3백 번!-여에스더-) 그래서 소통하고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요. 이 프로그램에서 저희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 있는데 겉으로는 그렇지만 하나도 안 삐집니다. 사실 MC는 저희 스타일에 안 맞아요. 패널이 나와 있으니까 할 말을 못하더라고요.”(홍혜걸)
“맞아요. MC로 나오면 패널들을 배려해야 하죠. 저희 부부를 독립된 방에 넣어주셔서 PD님께 감사해요. 남편은 제일 편한 사람이고 삐져도 금방 회복하니까요. 마음대로 디스도 하고 돌아서면 화해하고 그게 너무 편해요.”(여에스더)
홍혜걸, 여에스더 부부가 이렇게 서로 말하기 위해 벨을 누르고, 1분 토론처럼 정확한 시간이 주어지고, 깜빡이까지 켜고 들어가는 등 티격태격하게 된 까닭에는 네티즌들에 대한 고마움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만난 거죠. 젊은 네티즌들에게 정말 고마워요. 요즘 젊은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 이전에는 좋지 않았다면, 실제로 소통해보니 정말 따뜻한 친구들이더라고요. 기왕이면 도움되는 걸 하나라도 더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저도 신나서 논문도 찾고, ‘마리텔’을 6주하면서 폭삭 늙었지만 보람이 많죠.”(홍혜걸)
“정말 순수해요. 지금까지 살면서 예쁘다는 얘기를 못 들었는데 채팅방에 ‘섹시해요’, ‘수지 닮았어요’, ‘아이유 닮았어요’ 이런 말은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정말 행복해요.”(여에스더)
“물론 저보다 집사람이 10배 이상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를 딛고 올라갔어요. 편집한 걸 보면 저의 멋있는 멘트 다 잘렸습니다. 아, 저는 이해합니다! 훨씬 재밌더라고요. 저희 집사람 ‘핵졸귀’(정말 귀엽다는 뜻)다. 전 이런 모습이 익숙한데, 다른 분들은 처음 보셔서 신선하신 것 같아요.”(홍혜걸)
부부에게는 ‘마리텔’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험이다. 이전 의사 시절, 다수의 정보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눈을 뜬 것. 이로써 이루고 싶은 바가 있다고 했다.
“‘마리텔’에서의 꿈이라면 4~50대도 함께 생중계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어머니에게 도움 될 것 같아서 같이 봤다’는 반응이 참 좋았어요. 우리 같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홍혜걸)
“전 저희 방 말고 더 여러 방에 돌아다니고 싶어요. 어딜 가도 남편과 저는 세트잖아요. 저번에 유도방 갔을 때 진짜 좋았어요. ‘마리텔’은 병원에서 진료를 하던 느낌이라 신나요. 진료실에서는 한 분밖에 설명을 못 드리는데, 방송은 몇 십만 명이 보니까 더욱 보람 있어요. 요즘 안 하던 진료해서 즐겁고요. 다른 데서는 우아하고 카리스마 있게 해야 했는데, 여기는 꾸미지 않아서 더 좋아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에요.”(여에스더) / besodam@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