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 마흔인데 몰래 데이트가 웬말이야!”
지난 15일 방송된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에서 처형 이영애(김현숙 분)이 이승준(이승준 분)과 비밀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안 김혁규(고세원 분)가 던진 한 마디다. 이 말은 영애의 가슴에 따끔히 박혔다.
영애도 몰래 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10월 31일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 첫 방송에서는 승준과 영애가 헤어진 척 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공개된 바 있다. 1년 전 영애와 승준이 막 연애를 시작했을 즈음, 승준은 영애 엄마(김정하 분)의 생일 파티에 “큰사윗감이 모른 척 할 수 없었다”며 만취한 채로 찾아왔다.
그 뿐인가. 영애와의 사이를 허락해 달라며 떼를 쓰는가 하면, 선물로 가져 온 샴페인을 쏟아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다. 과년한 딸이 데려온 남편감은 영애의 엄마에게 반갑기는 커녕 창피한 존재가 돼 버렸다. 엄마의 반대에 부딪힌 영애는 별 수 없이 승준과 헤어진 시늉을 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이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점도 영애에게는 비밀 연애를 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였다. 또 승준은 늘 달달한 데이트를 선사하지만, 철이 없다는 것이 결정적 흠이다. 게임 좋아하고, 농담 좋아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결혼할 생각 없다면서 영애와 계속 만난다. 그야말로 내일 모레 마흔인 영애는 자라나는 흰머리와 지인의 청첩장 세례에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도 승준은 여전히 철이 없었다. 승준과 뭘 하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도시락을 선물한 후 또 장난을 걸다가 결국 영애를 폭발시켰다. 영애는 홧김에 “유치하게 매일 장난이나 치고 말이야. 나이를 대체 어디로 먹은 거야. 애도 아니고”라며 막말을 퍼부었고, 이에 승준도 토라져 집으로 돌아갔다.
승준은 투덜거리며 영애 주려고 샀던 도시락을 먹어 치웠다. 그러나 그 때문에 식중독에 걸려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줄이야. 그 와중에도 승준은 혹시 영애가 도시락을 먹었을까 봐 병원 대신 여자친구가 야근을 하고 있는 회사로 향했다. 승준 때문에 술을 마시다가 휴대폰을 회사에 두고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애는 함께 도시락을 까던 테이블 위에 엎어져 있는 승준을 발견했다.
영애가 사무실에 혼자 쓰러져 있지 않을까 걱정돼 왔다는 승준에 영애는 감동과 짠함을 느꼈다. 병원으로 향하는 택시에서 승준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영애에게 고백했다. “영자씨(영애의 애칭),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영자씨 화나게 해서 미안해. 그런데 화내고 야단치고 욕해도 좋으니까 내 옆에만 있어 줘. 나 영자씨 없으면 안 되는 것 알지?”
애인의 미래에 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노처녀라 불리는 영애에게는 더욱 극한 상황으로 다가왔을 터다. 그러나 철은 없어도 사랑스러운 남자친구 승준이 붙잡아 온 손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아직은 주변의 반대도, 불안함도 영애를 매 순간 주저하게 만들지만,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승준의 온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지는 까닭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5’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