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들이 만든 세상"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에 어지러운 시국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길라임' 가명까지 등장하며 도무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도 답답한 현실을 꼬집었다. 마치 현 나랏님들을 향한 울분 섞인 외침 같았다.
15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4회에서 김사부(한석규 분)는 자해를 한 이유로 자신이 병원에서 내쫓은 윤서정(서현진 분)과 강동주(유연석 분)가 원격으로 화상환자를 치료하자 실망했다.
윤서정은 무릎을 꿇으며 김사부에게 용서를 구했고 강동주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김사부에게 "선배 잘못이 아니라 제가 부탁한 거다. 제가 화상 환자에 대해 경험이 없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사부는 "넌 순발력 없는 겁쟁이다. 기를 쓰고 전국 수석 딴 것도 그렇고 죽자사자 거대 병원 타이틀을 따내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거라도 안 하면 겁나니까. 두 번 다시 내 앞에서 잘난 척 아는 척 정의로운 의사인 척, 의사로서 당연한 거 해놓고 대단한 척하지 마"라고 몰아세웠다.
독설을 들은 강동주는 발끈했다. "당신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얘기를 하냐"며 소리쳤다. 급기야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게 됐고 갈등은 깊어졌다. 결국 강동주는 사직서를 썼고 김사부가 보는 앞에서 내던졌다.
그리고는 "실력 대단하신 것도 알겠고 잘난 것도 잘 알겠는데 선생님이야 말로 당연한 걸 너무 대단한 척 꼰대질 하지 마시라. 출세하고 싶어서 비굴하게 살아온 것도 맞다. 그런데 이 세상을 그 따위로 만든 건 당신 같은 꼰대들이잖아"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나 같이 쥐뿔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은 그렇게라도 살지 않으면 안 되게 세상 만들어 놓고 우리 보고 겁쟁이라고 눈 내리깔고 비난만 하면 다냐. 제대로 사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제대로 살라고 가르치지 마라. 역겨우니까"라며 실력이 아닌 병원장 아들에게 밀려 돌담병원에까지 내려온 현실을 탓했다.
그 길로 짐을 싼 강동주는 병원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 응급환자를 보게 됐다. 혼신의 힘을 다해 응급처치에 성공한 그는 이후 등장해 후속처치를 완벽하게 해내는 김사부를 보며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실력으로는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
강동주는 "선생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라고 물었다. 김사부는 "지금 여기 누워 있는 환자에게 물어보면 어떻겠냐? 필요한 의사다. 이 환자에게 절실히 필요한 의사는 정형외과 의사다. 그래서 내가 아는 모든 걸 총 동원해서 치료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고 꼰대들을 탓하는 건 좋은데 그렇게 해 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정말로 이기고 싶으면 필요한 사람이 되라. 남 탓 그만하고 네 실력으로. 네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 말에 강동주는 자신이 어렸을 때 깨우침을 줬던 의사를 떠올렸다. 그가 바로 부용주였고 곧 김사부였다.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 같았다. 전국 수석을 해도 병원장 아들에게 밀리는 더러운 현실 속 '흙수저' 강동주. 그런 그가 이해는 되지만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스스로 성장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꼰대' 김사부.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는 마치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는 현재 우리들에게 건네는 메시지 같았다. 강동주의 외침에 함께 울고 김사부의 가르침에 위로받는 '우리들'이 많지 않을까? /comet568@osen.co.kr
[사진] '낭만닥터 김사부' 방송 캡처